아욱국
마트에서 아욱을 천 원에
판매하여 몇 봉지 들였다.
억센 줄기는 꺾어 버리고 줄기의
껍질도 몇 가닥씩 벗기고
깨끗이 씻어서 손으로 박박 조물조물해 둔다.
멸치와 새우로 국물 내어 건더기 건져내고
국물 끓을 때 아욱, 다진 마늘, 양파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집된장 풀어 간을 맞춘다.
된장은 항상 마지막에 풀어야
영양소 파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많이 아프다.
어느 때는 국자도 쥐기 힘들 정도로
손가락이 아프다.
병원에 가도 딱히 이상이 없다 하는데 ….
아마도 막내를 낳고 산후조리를 잘하지 못해서인가 싶다.
21년 전.
갑자기 부모님이 넉 달 간격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때 큰아이 6살 ,
막내는 태어난 지 한 달 하고 보름밖에 되지 않았었다.
출산 후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기도 전에
나는 부모님을 떠나보내느라
울다가 실신하다가 다시 울다가…
그러다가 막내 우유 먹이고
큰아이 유치원 보내고…
또다시 울다가…..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
집안은 쑥대밭이고
큰아이는 남편이 어설프게 묶어준 머리로 유치원엘 가고
막내는 청소도 안된 집안을 기어 다녀서
내복이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게 울었다.
아! 정신 차려야겠구나.
내가 보살펴야 할 남편, 아이들이 있었구나.
미친 듯이 청소를 하고
구석구석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말끔히 정리된 집안을 보는 일은
잠시 부모님을 떠나보낸 아픔을 잊게 해 주었다.
맛있게 음식을 해서 식구들에게 먹이면서
엄마와의 추억에 웃을 수도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엄마는 맏딸인 나에게
스치듯 음식 하는 법을 참 많이 알려 주셨다.
그 기억들을 또박또박 기억해 내어
엄마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메모를 해두었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아욱이란 것이 나왔다.
아욱이 아이들 건강에 좋다는 방송을 보고
아욱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찬가게에 가서 아욱을 달라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새댁이 아욱국을 끓일 줄 알겠어?
잘못 끓이면 풀내가 나서 맛이 이상해져.” 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까짓 그걸 못할까…
아욱은 깨끗이 씻어
박박 힘차게 문질러서 끓여야
맛있다는 걸 배웠다.
그날 성공적으로 아욱국을 끓여
막내의 이유식을 맛있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큰아이를 유치원 셔틀버스 태우고 나면
막내를 포대기로 둘러업고 반찬가게 가서
바쁜 아주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서
국과 반찬 만드는 걸 배웠다.
가끔 손님이 오면 채소들을 팔아주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부모님 잃은
슬픔에 대하여 넋두리하는
나의 이야기를 매일 들어주셨고
나는 차차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양재동으로 이사 오고 5년인가 지났을 때
예전에 살던 방배동 반찬가게를 찾아갔었다.
그런데 내가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면서
그 가게도 사라지고 없었다.
참 감사한 분이다.
인터넷도 안되던 시절
엄마가 다 못 가르쳐 주고 가신 것들을
그 주인아주머니에게서 배웠다.
엄마가 보내주신 분 같다.
가끔 아욱국을 끓이면
포대기를 두르고 긴 생머리 질끈 묶고
반찬가게를 서성이던 내가 떠올라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