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묻고는 했지.
(매번 같은 답인데도 똑같은 질문을 하는 너)
'엄마는 세상에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
세상에 맛있는 게 무궁무진하고 많고, 또 그 많은 음식들 다 맛보지 못했고, 심지어 알지 못하는 음식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대답은,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 였단다.
너는 고개를 갸웃하지. 네 나이 때 나도 '이게 무슨 소린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끼의 밥 차림에서 해방되었을 때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누군가의 손길을 몇 번이고 거쳐 차려진 식탁 앞에 얌전히 앉아 음식을 먹을 때 얼마나 꿀맛인지. 엄마로 살아보니 알겠더라고. 네 손이 수고한 대로 거두고 먹는 날이 되면 너도 알게 될 거야.
네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우리는 먼 이역만리 낯선 독일 땅에서 살고 있었어. 요리의 '요'자도 모르고 차려주는 밥만 먹고살았는데 말이야, 입덧으로 잘 먹지도 못했는데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은 날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서러웠단다.
그러던 어느 날, 한인교회에서 알게 된 같은 마을에 살던 한국분이 점심 초대를 해주신 거야. 한국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맛있는 음식이 한 상 떡 차려있으니 펑펑 울고 싶었단다. 가족도 아닌데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수고하고 애를 써서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런 마음도 잠시, 평소에는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던 내가, 입덧을 하면서 고기가 맛있게 느껴진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바비큐 양념이 아주 제대로 베인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등갈비 바비큐를 본 순간, 체면 차릴 것도 없이 (분명 포크가 있었는데) 손으로 잡고 몇 대를 뜯었던 것 같아. 사실 다른 맛있는 음식들도 한 상 가득했는데, 기억 속에 등갈비 바비큐만 생각나는 걸 보면, 어지간히 맛있었나 봐, 그렇지? 아무튼 엄마는 지금도 그때 나를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해주고 돌봐주셨던 그분이, 그때 그분이 천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그냥 누가 해준 음식이라서 맛있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맛있었던걸 보면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있었지 않았을까?
어느 날 문득 그때 그 등갈비 바비큐가 생각나는 거야. 과연 그 맛을 낼 수 있을까. (사 먹는 게 나을까?) 고민을 했지만, 도전해봤지. 그런데 뼈째하는 요리는 고기 잡내 제거를 잘해줘 하는,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간다는 걸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오늘의 팁은, 잡내 안나게 고기 삶는 법이라고 할 수 있으니 등갈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에 활용하길 바라.
등갈비는 용도에 따라 다르게 준비하는데 등갈비 바비큐용은 통 등갈비로, 묵은지 김치찜용 등갈비는 잘라진 걸 사면된단다.
통 등갈비는 등갈비 안쪽에 붙어있는 근막을 제거하면 고기의 질긴 식감을 없앨 수 있거든. 손끝으로 등갈비 끝부터 근막을 살살 긁어서 얇은 막을 잡아 쭉 뜯어내면 쉽게 제거할 수 있으니 꼭 잊지 말도록!!!
• 조리순서
(등갈비 바비큐)
(등갈비 김치찜)
1. 전골냄비에 묵은지 반 포기를 두 쪽으로 잘라 삶은 등갈비와 함께 넣고 김치 국물, 올리고당을 넣어 잘 섞어준 다음 중불에서 20분 정도 익힌다.
2. 김치가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준비해 둔 양념을 넣고 양념이 잘 베이도록 숟가락으로 국물을 골고루 끼얹는다.
3. 중간중간 김치를 뒤집어 주고 중불에서 30분 정도 푹 익힌다.
4. 대파를 어슷 썰어 올려주고 불을 끄고 남은 열로 파를 익혀준다.
5. 김치와 등갈비를 적당히 담아 국물을 끼얹어 담은 뒤 맛있게 먹는다.
오늘의 요리는 코로나19로 온 가족이 한참을 앓고 고생을 한 후, 미각 후각이 돌아오고 가족의 회복과 식욕을 되찾기 위해 만든 첫 주말 요리였지. 힘든 시간 잘 버텨준 우리 가족, 너무 고맙고 다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잘 지내보자!!
Ps.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과 사랑, 정성을 쏟아 차려낸 음식'이라고 정정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