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들아, 너는 이 선택을 하기 위해 종종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하지. 지금은 짜장면, 짬뽕 둘 다 먹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니라.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무의식이든 의식적이었든 너는 꽤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았단다. 아니, 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라서, 싫든 좋든 매일 '선택'이라는 시험지를 받고 풀어내야 하지.
재미있는 건 확실한 오답을 제거하고 나면 꼭 양자택일의 아리송한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야.
선택의 가짓수가 적은 선택일수록, 선택의 순간이 짧을수록 고민은 더 커지는데 이유는 둘 다 맞는 답 같기 때문이지. '죽느냐 사느냐' 나 '옳고 그름'이냐를 떠나서 왜 정답은 늘 하나여야 하는 걸까. 여전히 어렵고 힘든 선택의 문제.
오늘의 메뉴는 '선택의 문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늘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해준단다.
엄마가 아빠랑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애를 했는데 하루 세끼 중 두 끼를 같이 먹는 날이 많았단다. 그러다 보니, 늘 뭘 먹을까, 매일 가는 학교 앞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그렇게 고민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좁혀진 메뉴는 '김치볶음 vs. 제육볶음' 또는 '김치찌개 vs. 순두부찌개' 정도였는데 엄마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식당의 제육볶음은 고기 누린내 없이 양념이 잘 배어있어서, 한 입정도만 먹고 싶었고, 김치볶음은 원래 좋아하는 메뉴라 포기할 수 없었고. 그런데 제육볶음을 좋아하는 (그래서 제육볶음을 시킬걸 뻔히 아는) 아빠랑 같이 밥을 먹으면 엄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셈이었지. 물론 아닌 날도 많았지만.
아무튼, 사실 지금도 제육볶음은 좋아하지 않지만, 너와 네 아빠가 워낙 좋아하니 종종 만들지만 (실은 나는 여전히 참치김치볶음밥을 더 좋아하지만) 덕분에 반찬 걱정 안 하고 제육볶음 하나로 퉁칠 수 있어서 엄마는 편하고 좋았단다.
냉장고에 자투리 야채가 있다면 다양하게 넣어도 좋고, 고기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쫄깃한 식감의 세송이버섯을 넣거나 (냉동실에) 오징어가 있다면 오늘처럼 오징어 제육덮밥을 해 먹어도 좋을 거야. 거기에 화룡정점으로 겉은 바삭하고 노른자는 촉촉한 달걀 프라이 하나로 속을 든든히 해주면 엄마처럼 매운 음식 잘 못 먹는 사람도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단다. 아빠랑 연애할 때는 메뉴 2개 시키고 엄마는 0.5인분 밖에 못 먹었는데, 지금은 아빠만큼 많이 먹는 엄마 자신을 보면서, 내가 힘들게 만든 음식이라 더 맛있게,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걸 느껴.
너도 너 자신을 위해, 또 누군가의 0.5인 분도 기꺼이 먹어줄 수 있는 든든하고 건강한 식사를 준비해서 맛있게 먹길 바랄게.
• 조리순서
1. 야채들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준다.
2. 세 송이버섯은 한 입 크기로 잘라주고, 양파는 채 썬다.
3. 대파의 하얀 대 부분은 파기름용으로 다져주고, 초록 대 부분은 어슷썰기 해준다.
4. 양념에 들어갈 마늘 5쪽은 다져주고, 홍고추는 반으로 잘라 씨앗을 빼내고 채 썬다.
5. 용기에 분량의 양념들을 넣고 잘 섞어준다.
6. 고기를 한 입 크기로 잘라준 뒤, 겹쳐지지 않도록 잘 떼어주고 후추로 밑간을 한다.
7. 프라이팬에 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중불에서 열이 올라오면 대파를 넣어 파기름을 내다가 파향이 올라오면 고기를 넣고 볶아준다. (냉장고에 자투리 오징어가 있다면 함께 넣고 볶는다)
8. 고기가 익는 동안 달걀 프라이를 준비한다. (처음 중불에서 튀기듯 익히다가 약불로 바꾸어주면 탱글탱글 노른자가 살아있는 달걀 프라이 완성!)
9. 고기가 어느 정도(붉은색이 사라진 정도) 익으면 양념을 넣고 센 불에 볶다가 양파, 세송이 버섯을 넣어준다.
10. 물을 조금 넣어 양념이 골고루 베이도록 졸이다가 어슷 썰어놓은 대파와 홍고추를 넣고 한 번 휘릭 볶아주면 제육볶음 완성!
11. 따뜻한 밥을 담고 제육볶음을 넉넉히 담은 뒤 달걀 프라이를 올려서 맛있게 먹는다.
Ps. 오징어 안 좋아하는 우리아들, 오징어 골라내지 않고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