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TV를 보다가 음식 먹는 장면이 나오면 우리 뇌는 번개보다 빠르게 그 맛을 기억해내고 그에 질세라 입은 침이 잔뜩 고이고, 배는 고프지도 않은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먹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되잖아? 그런 날은 꼭 그 음식을 먹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당장이든 그다음끼에든 반드시 그 음식을 먹고야 말지.
네가 8살 때쯤이었나, 짱구는 못 말려 시리즈를 한참 즐겨보던 때(저걸 왜 볼까 싶은 마음이..) 어느 편인가를 보고 나서는 '엄마, 볶음국수가 그렇게 맛있어요?'
를 시작으로 해서, 전설의 소스의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도 볶음 국수를 만들 수 있다.. 등등 몇 날 며칠을 볶음국수 얘기를 해서 아쉬운 대로 베트남 음식점에서 팟타이를 먹었던 것 같아. 그러고 나서도 짱구 만화를 다시 보고 또다시 보고, 볶음국수 노래(링크)를 불렀지. 코로나 이후로 배달음식으로 가끔 팟타이를 먹거나 했는데, 진짜 제대로 된 볶음국수는 아직 맛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지. 그리하여 여전히 짱구는 못 말려를 애청하는,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짱구 덕후이지 않을까 싶은 너를 위해 오늘 볶음국수 대신(지난주에 먹었음), 볶음 우동을 해보려고 해. 국수면보다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을 좋아하는 너에게 딱 맞는 메뉴라고 할 수 있지.
자, 그럼 시작해볼까.
• 조리순서
1. 불고기용 고기를 키친타월로 감싸 핏물을 빼준 뒤 한 입 크기로 자른 다음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섞어 양념이 베이도록 30분 정도 냉장 보관한다.
2. 냉동새우를 실온에서 10분 정도 해동시킨 후, 깨끗이 씻어 손질해둔다.
3. 깨끗이 씻은 야채들은 물기를 빼준 뒤, 양배추는 채를 썰고, 팽이버섯은 반으로 자른다.
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쫑쫑 썬 대파와 다진 마늘을 볶다가 마늘향이 올라오면 양배추를 넣고 양배추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5. 양배추가 익는 동안 냄비에 물을 끓여 우동 면을 삶아준다.(5분 정도)
6. 양배추가 어느 정도 익으면 새우를 넣고 새우가 익으면, 숙주나물과 팽이버섯, 고추를 모두 넣고 타지 않게 볶는다.
7. 다른 프라이팬에 불고기를 넣고 센 불에 굽다가 양념이 줄어들면 약불에 바삭하게 굽는다.
8. 우동면을 건져내 차가운 물에 헹구고 물기를 뺀 뒤, 프라이팬에 넣고 야채와 함께 볶는다.
9. 이제 전설의 소스를 넣고 야채와 면에 양념이 고루 베이도록 약한 불에 2~3분 볶아준다.
10. 완성된 야끼우동을 면기에 담고, 바싹 구운 불고기를 취향 껏 몇 점 올리고 볶은 참깨를 뿌려준 뒤, 마지막으로 가다랑어포를 살포시 올려준다.
사실 볶음 우동에 들어가는 야채는 다양하게 변화를 주어도 돼. 당근이나 양파, 청경채를 넣어도 좋고.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야채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원래대로라면 뜨거운 볶음 우동 맨 마지막에 달걀노른자를 고명으로 올려서 비벼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는데, 아직 날달걀이 익숙하지 않은 너를 위해(고기를 좋아하는 너를 위해) 바싹불고기 몇 점으로 영양을 보충했지만, 나중에는 꼭 달걀노른자를 톡 터트려 먹어보길 바라.
오늘도 3개의 화구가 열일을 했고 덩달아 콧잔등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했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맛있는 한 끼를 위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할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되길 바란다.
사설. 오늘 마지막에 간을 추가했더니 살짝 짰던 건 안 비밀.. 마지막에 긴가민가 간이 어정쩡하더라도 절대 추가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