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장어 한 마리 반 을 꺼내 녹여서
껍질 부분에 미끄러운걸
칼로 긁어 제거한다.
맛술이나 레몬즙으로 잡내를 잡아준다.
물로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아낸다.
팬에 기름 조금 두르고
껍질 있는 면부터 구워준다.
중간 불로 뚜껑 덮고 익히다가
뒤집어서 같은 방법으로 익힌다.
거의 익었을 때 뚜껑을 열고
물기를 날리면서
대파와 함께 굽는다.
구운 장어에 소스를 발라서
앞뒤로 잠깐씩 지져준다.
소스는 맛간장에 올리고당을 더 해주면 된다.
솔부추는 고추가루.참기름, 식초
맛간장을 더하여 살살 무쳐서
함께 낸다.
면역력과 기력을 한 번에 보충시키기.
오래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고
조금씩 집안일에 자리 잡혀 갈 즈음
난 지독히도 마음을 앓았던 것 같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작은아이는 3살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초등학교 보냈으니
이제 다 컸다고 했지만
나는 육체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마음까지 피폐해져 갔다.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니
엄마가 학교에 도우미로 가야 하는 일이 많았다.
방과 후 교실 청소, 급식도우미, 시험감독,
녹색어머니, 1일 교사 기타 등등.
물론 내 사정 이야기하면 학교에서
봐주긴 할 테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엄마가 고생해야 하고
혹시라도 아이가 학교에서
미움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일에 참여했다.
작은 아이를 캐리어에 앉혀서 어깨에 메고
학교엘 갔는데 3살이 되니
등 뒤에서 발버둥을 쳐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 도우미를 하고 온 날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고
어깨가 무너져 내렸다.
물론 남편이 굉장히 많이 도와주었다.
아이들 목욕, 책 읽어 주기, 놀아주기,
기저귀 갈아주기...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시간은
새벽 1시.
난 그 시간이 되면 어두운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서 밤새 울었다.
엄마가 계셨다면 전화해서
수다로 풀기라도 했을 것을
나에겐 그런 엄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난 또 아무 일 없는 듯
억척같이 내게 주어진 것들을 감당했다.
어느 날
내가 너무 지쳐 보였는지
남편이 공기 좋은데 가서
밥이라도 먹자며 데리고 간 곳이
바로 장어집.
징그러워서 생각조차 않던 그 장어를
그날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짭조름한 깻잎장아찌와
새콤한 양파를 얹어서
고개도 안 들고 먹었다.
다 먹고 계산하는데 어마어마한 금액인 거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계산하고 나서
남편에게 왜 이렇게 비싸냐면서
투정을 부렸다.
헌데 집에 와서 며칠 동안
그 쫀득하고 담백한 장어 맛이 잊히질 않았다.
어느 날 코스트코에 갔는데
어마어마하게 크고 싱싱한 장어가
있는 게 아닌가.
가격은 두말할 것 없었다.
밖에서 사먹은 가격의 1/3밖에 안됬다.
무조건 샀다. 뒷일은 생각지 않고...
한쪽을 잡으면
반대쪽으로 미끄덩 빠져나가고
물에 박박 씻었더니 비린내가 진동하고...
과연 이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계속 사서 해보니
어느 순간 내가 장어 손질의 대가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눈감고도 씻고 손질하고
구울 수 있다.
난 지금도 좀 기운이 빠지거나 우울해 지려하면
장어를 굽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장어 손질이 처음인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내가 해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장어 먹고 힘내서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쓴다는 게
또. 또 삼천포로 빠졌다.
이 레시피는 29년차 주부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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