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는 깨끗이 씻어 사선으로
칼집을 내준다.
바닥에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고
무를 큼직하게 썰어 깔아주고
콩나물 삶은 물을 무가 잠길 정도로만
자작하게 부어준다.
마늘쫑의 계절이니 마늘종도 듬뿍 얹어준다.
가자미를 얹고 양념장을 얹어 끓이면서 국물을 계속 끼얹어 준다.
마지막에 파 송송 썰어 뿌려준다.
(양념장은, 다진 마늘, 생강가루, 고춧가루,
청양고추 조금, 맛간장, 맛술 조금 넣어
빡빡하게 섞어 미리 준비해둔다.)
통통한 가자미는 비린내도 없고
하얀 살이 야들야들한 게 참 맛있다.
콩나물 삶은 물을 사용하면 무에서 나온
수분과 함께 양념장이 어우러져
구수하다.
오랜만에 생선조림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 휘적이며 이마트에 갔는데
생선코너 앞에서 할머니 두 분이 옥신각신 중이다.
" 이건 가자미가 아니라 광어네"
" 아니, 이게 무슨 광어예요, 가자미 맞아요."
" 아, 글쎄 , 광어라니깐. 저 눈 생긴 거 봐"
" 눈이 붙어있는거 봐요. 가자미 맞지.
근데, 왜 나한테 반말 이우?"
가자미 눈으로 시작한 언쟁이
서로 반말을 왜 하냐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호기심여왕인 내가 지나칠 리가 없다.
얼른 초록창 검색을 해보았다.
<좌광우도>를 기억하랜다.
광어는 왼쪽에 도다리와 가자미는 오른쪽에 눈이 있단다.
광어, 가자미, 도다리는 모두 넙치라고 하며
모래 속에 납작하게 숨어 살아야 해서
넙적하게 생겼다고 한다.
문제의 그 생선은 가자미가 맞았다.
이 내용을 두 분께 읊어 드리는데
귀를 쫑긋하시며
" 그래서, 결론은 광어야 가자미야"
라며 재촉하시는 것이다.
'너~~ 말 잘해라. 가자미라고 했다가는...'
한 할머니의 눈빛을 읽었지만
진실이 중요하니
"이건 가자미가 맞아요." 해버렸다.
그 할머니가 자리를 뜨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흘리셨다.
" 꼭 가자미눈 같이 생겼어"
집에 돌아와 다시 초록창에 검색하니
< 화가 나서 옆으로 흘겨보는 눈>
이라고....
나이가 들면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고집을 많이 피운다고들 한다.
설령 자신이 틀려도 맞다고 우길 확률이
높아진단다.
막상 내가 언어 테러를 당하고 보니
처음엔 폭소가 터졌고
곱씹으니 화가 났다.
내 눈은 소중하니까.
어느 소설가의 작품에서
늙어가는 것이 젊은 날의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라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렇다고 '선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저 흐름이요, 현상일 뿐이다.
어차피 누구나 나이 드는 거 억울해하지 말고
강퍅함이나 쓸데없는 고집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지 않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라떼'도 억울한데
'노땅'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
끓고 있는 가자미를 보니
내 눈이 니눈이라고?
빵 터지고 말았다.
이 레시피는 29년차 주부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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