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단란한 세 식구였던 시절, 아들 너에게 온 관심과 사랑을 다 쏟아부었던 그 시절. 한 달에 한 번, 아빠 월급날이 되어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늘, 파스타를 고집했던 너. 네가 좋아하던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을 마지막으로 갔던 게 딱 5년 전인 것 같다. 쌍둥이 동생들이 태어나고, 그 동생 하나가 아파서 긴 병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우쭈쭈 외동아들이던 네가 순간 우선순위 맨 꼬리가 되었지. 좋아하던 외식도 못하고 여행도 못 가고. 동생이 좀 더 나아지면 가자고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코로나19로 팬데믹에 빠지며 갈 기약마저 희미해져 버렸지. 그러다 포장 주문이란 걸 해서 어렵게 다시 맛보게 된 그 파스타는, 사실 원래의 그 맛은 아니었어. 그렇지?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잘 세팅된 테이블 위에 잘 차려진, 방금 나온 따끈한 음식 냄새는 그 자체만으로 기분 좋아지게 만들잖아. 맛도 맛이지만 그 분위기 때문에 외식을 하는 이유도 있는데 값에 비해 일회용 포장지에 차려진 음식은 아무래도 약간 김 빠진 콜라 느낌이랄까. 맛있게 잘 먹은 것 같은데 뭔가 아쉽기도 하고, 사실은 한 번 주문해서 먹기에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자주 먹을 수 없었지.
'엄마가 해준 파스타가 더 맛있다'라고 해주는 네 덕분에 엄마는 용기를 낼 수 있었어.
'그 좋아하는 파스타, 내가 진짜 맛있게 만들어 주겠어'하고.
이야기가 길어졌네. 오늘 우리가 만들 요리는 조금은 애틋한 스토리가 담겨 있지만, 맛과 영양, 그리고 비주얼까지 끝내주는 누구와 먹어도 기분이 좋아질 그런 행복한 요리란다. 맛있는 음식일수록,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너도 오늘 요리를 준비하면서 깨달았을 거야.
내가 고집하는 요리팁이 있다면 마늘은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까서 바로 조리한다는 것. 빻아서 써야 할 때는 칼날로 마늘을 납작하게 누른 다음 칼 끝으로 쿵쿵 빻아주면 되고, 오늘처럼 파스타를 할 때는 얇게 저며 주면 돼. 참 다행인 것은 네가 마늘을 잘 먹는다는 점이야. 너는 오일에 노릇노릇 잘 구워진 마늘향만 풍겨도 벌써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하니까. 귀찮을 수도 있지만 마늘은 늘 먹을 만큼만 사서(대략 일주일 분량)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바로 알맞게 조리해서 쓰길 바라. 양파를 썰 때는 옆에 양초를 켜놓으면 맵지 않은데, 깜박 잊는 날에는 뜻하지 않게 펑펑 울게 될 거야.
오늘 화구 세 개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조금 난이도가 있는 요리라서 조심해야 해.
여기서 잠깐!
화구가 3개짜리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이 아니라면(기왕이면 3구를 갖추도록), 면을 삶은 다음 곧바로 스테이크를 구울 프라이팬을 준비해야 해. 적어도 집밥을 해 먹으려면 용도에 맞는 냄비와 프라이팬 3개 정도는 갖추어야 한단다. 게임도 요리도 아이템 발!!
자, 이제 정신 집중하고 요리 시작해 볼까!
• 조리순서
1. 냉동새우를 냉장고에서 해동시킨 후,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고춧가루, 간장으로 밑간을 한다.
2. 소고기를 키친타월로 꾹꾹 눌러 핏물을 닦아낸 후, 소금, 후추 간을 한다.
3. 밑재료(양파, 마늘, 양송이버섯, 쪽파)를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제거한다.
4. 냄비에(속이 깊은) 끓는 물에 소금 한 꼬집, 올리브 오일을 넣고 링귀니 파스타면을 넣고 8~10 분 삶는다.
5. 면을 삶는 동안 마늘을 납작하게 어슷 썰어주고, 양송이버섯과 양파는 얇게 채 썬다.
6. 중불로 달궈진 프라이팬에 소고기를 올리고 앞 뒤로 한 번 씩 구워 준 뒤 한 입 크기로 잘라 잘 익혀준다.
7. 다 삶아진 면은 면수 한 국자를 따로 빼두고 채에 바쳐둔다.
8. 예열된 궁중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편 마늘을 넣고 볶다가 마늘향이 올라오면 페퍼론치니와 양파와 양송이버섯을 넣고 볶아준다.
9. 8에 양념된 새우를 넣고 볶다 반쯤 익으면 우유와 크림소스*를 넣는다.
10. 소스가 끓어오르면 면을 넣고 섞어 준다. 소스에 면수를 조금 추가하여 저어주다 마지막에 잘라놓은 스테이크를 넣어 소스가 잘 스며들게 섞어준 뒤 불을 끈다.
11. 파스타 볼에 면을 잘 말아 담은 뒤, 파슬리나 바질 고명을 올려 인증샷을 찍고 맛있게 먹는다.
사실 파스타에 한우는 진짜 좋은 사람 하고만 먹는 거야. 패밀리 레스토랑만큼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굴 마주하며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힐링이고 행복이거든.
맛있게 오물오물 잘 먹는 너의 접시에 나의 고기 두 점을 더 주면서도 전혀 아깝지 않은, 너는 그런 사랑받고 자란 멋진 사람이란다. 그러니 너도, 너의 식탁을 빛내줄 귀하고 좋은 사람과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사랑 넘치는 사람이 되렴.
*크림소스는 시판용 소스를 사서 써도 되지만, 베샤멜소스를 필요한 만큼 만들어 써도 좋단다. 베샤멜소스는 번외 편에서 다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