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은 저마다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어.
사과는 빨간색, 오이는 초록색, 당근은 주황색 그리고 가지는 보라색.
사실 색으로만 보면 참 예쁘지만, 꼭 맛있다고 할 순 없어. 어린 네가 이유식이 아닌, 어른과 같이 먹는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야채들을 어떻게 잘 먹일 수 있을까 참 고민했었거든.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는 먹어주지 않는 네 입맛에 맞게 해 주려다 보니 거의 잘게 다져서 볶음밥을 해주거나 카레밥을 하기 일 쑤였지.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시도했어도 되었는데, 그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잘 몰랐고(사실 다 넣고 볶는 게 더 편해서 그랬어, 엄마가 미안) 그렇게라도 먹으면 나중에 더 커서 잘 먹겠지.. 안일한 생각을 했었네.
지금도 낯선 재료가 들어있는 음식을 보면 냄새 먼저 킁킁 맡아보고 '이건 뭐예요, 이 재료는 몸 어디에 좋아요?'를 물어대는 너지만.
그냥 아무거나 척척 먹어주면 좋으련만 색을 보고 냄새를 맡고 뒤적거리는지,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지만, 그런 너의 그 예민한 성향이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든 건 아니었나 싶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맵 부심(매운 것을 먹음에 있어 자부심이 있음)을 부리는 널 위해, 처음으로 마파두부 덮밥을 해주었을 때, 너는 엄지 척척 하며 맛있다고 했지. 다른 반찬 없어도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영양 가득한 메뉴인데, 여러모로 응용이 가능하단다. 특히, 색은 참 영롱하고 예쁜데 잘 먹어지지 않는 가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좋은 메뉴이기도 하고.
가지 이야기를 잠깐 할까?
주택에 이사하고 나서 2년째 텃밭을 가꾸게 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매년 여름, 야채들이 풍년이다. 심고 물만 주는데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어떻게 먹어치울지 조금 무서울 정도로 자고 나면 보라색 열매가 주렁주렁 이란다.
네가 늘 궁금해하던, 가지의 효능은 일단 안토시아닌이 풍부해서 눈 건강, 피부에도 좋고 항바이러스 성분을 가지고 있어 면역력에도 도움이 되지. 섬유질과 칼륨이 풍푸하다고하네. 칼륨은 특히 더운 여름, 우리 몸의 수분양을 조절하는 필수 이온야. 알고 나니 더 매려적인 가지를 이제 맛있게 요리해 볼까?
밑재료를 잘 준비해서 정리해놓으면 일단 반은 성공!
• 조리순서
1. 돼지고기 간 것을 용기에 담아 후추 소금 간을 한 뒤 잘 섞어둔다.
2. 밑재료(가지, 대파, 양송이버섯, 마늘)를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제거한다.
3. 용 기어 전분 가루를 넣고 차가운 물을 반 컵 넣어 저어준다. 묽기를 확인(우유와 요구르트 중간 정도의 묽기)한 뒤 너무 되직하면 물을 추가한다.
4. 가지는 길게 네 등분 한 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로 깍둑썰기하고 양송이버섯은 네 등분으로 자른다.
5. 마늘을 칼등으로 납작하게 누른 뒤, 칼날로 잘게 다지고, 대파는 간격을 좁게 하여 채 썬다.
6. 볼이 깊은 둥근 프라이팬(궁중팬)에 코코넛 오일을 두르고 중불로 가열 한 뒤, 다진 마늘과 채 썬 파를 넣고 갈색 빛을 띨 때까지 볶아준다.
7. 6에 가지를 넣고 볶다가 카놀라유를 넣은 후, 가지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양송이버섯을 넣고 계속 볶는다.
8. 야채들이 거의 익을 때쯤, 된장 반 스푼, 두반장 두 스푼을 넣고 휘릭 익혀준다.
9. 양념이 한 번 끓어오르면 전분물을 넣고 골고루 섞어주면 3분 정도 볶다가 불을 끊다.
10. 면기에 밥을 담고 마파 가지 두부를 얹은 다음 파슬리나 바질 고명을 올린 후 인증샷을 찍고 맛있게 먹는다.
'가지가 가지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네 식구에게 훌륭한 한 끼였단다.
무더운 여름 너무 지쳐서 입맛이 없을 때, 마트에서 가지 하나를 사 오도록 해. 집에 스팸이나 베이컨이 있다면(끓는 물에 데쳐서 사용하도록! 이유는 번외 편에서 설명해줄게) 잘게 다져서 고기 대신 사용해도 돼. 그렇게 너 자신을 위해서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먹을 수 있도록, 너 자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렴.
내가 널 사랑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