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아이가 먹고 싶다 했던 잡채.
부추 1kg 주문한 게 도착했다. 시금치가 금값이라서 대신 부추를 넣는다.
어마어마한 부추를 받고서
반은 부추김치 담그고 반은 소분해서 키친타월에
말아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그러지 않으면 금세 물러지고
세상 지독한 냄새로
냉장고를 괴롭게 하므로
배송받자마자 손질해야 한다.
당면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준다.
그사이 한우 보섭살 조금 남아 있던 거 채 썰어
기름에 볶아서 덜어내고
파프리카, 새송이 버섯, 양파를 채 썰어 다진 마늘과 볶으면서
함초소금 조금 넣어준다.
볶은 채소를 덜어내고
물, 맛간장, 후추, 올리고당 조금 넣고
간을 보며 바글바글 졸이듯이 끓이다가
불린 당면을 넣고
양념장과 함께 볶아준다.
당면이 보들보들해지면서
양념장으로 옷이 입혀지면
채소, 고기를 모두 넣어
함께 뒤적여 주다가
참기름 조르륵 뿌려 마무리한다.
먹고 남으면 오늘 저녁엔 잡채밥이다.
주방과 냉장고 벽에
떠오르는 대로 메모한 흔적 투성이다.
밥하다가 국 끓이다가
나박나박 무를 썰다가
또는 사라 질 것 같은 기억의 파편들을
쓸어 모으다가..
그렇게 자꾸만 글을 쓴다.
한 줄, 세줄... 열 줄..
오늘 아침엔 당면을 불리면서
이 시가 생각났다.
매일 아침 만들어 내는 식사가
나에겐 <너>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이 레시피는 29년차 주부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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