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토스트
로만밀 식빵은 토스터에 바삭하게 구워 식힌다.
양배추와 당근을 아주 곱게
채 썰어 계란과 섞는다.
농도는 약간 뻑뻑하게 섞어야 맛있다
소금 조금 넣고 아몬드 대충 으깨 섞는다.
중 약불에 두툼히 구우며
속이 익도록 뚜껑을 덮어둔다.
꾹 눌렀을 때 계란물이 흐르지 않아야 한다.
식빵 위에 딸기잼, 치즈, 계란 부침 얹고
시나몬 가루를 뿌려준다.
길거리 토스트의 화룡점정인
케첩을 공중에서 휘리릭
뿌려주는 케첩 쇼도 잊지 않는다.
결혼 전까지는 매일 엄마가 차려주시는 아침밥을 먹었는데
신혼여행 다녀와서부터는
내게 밥을 차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보다 더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나면
나도 곧바로 출근해야 해서
밥 먹을 정신도 없었다.
배가 고픈 나는 좌석 버스에 몸을 싣고
언제나 허기져서 명동에 하차했는데
그때 나를 살려준 게 바로
이 길거리 토스트.
그게 28년 전인데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파란 용달차를 끌고 와서
길거리 토스트란 걸 팔기 시작했고
가격이 천 원이었다.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꾹 눌러주면
트럭 앞에 모여든 직장인들이
환호를 할 정도였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서서 먹다 보면
옆 빌딩 혹은 옆에 다른 은행 직원들끼리
썸을 타는 일도 왕왕 있었다.
난 먹는 거에 열중했지만 내 친구는 실제로 그렇게 만나 결혼한 친구도 있었다.
암튼 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아주머니는 북창동 어딘가에 작은 빌딩을 샀다했다.
토스트라면 구워서 잼을 바르거나
기껏해야 달걀 프라이 얹어 먹던걸
누군가 양배추를 넣어
소화도 잘 되는 음식으로 탄생시킨 건
정말 굉장하다.
이 토스트를 만들 때마다
그 갑부 아주머니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