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콩나물 국밥
멸치 다시마 우려 놓은 물을 팔팔 끓이다가
익은 김치는 양념을 탈탈 털어내고 쫑쫑
썰어 넣고 충분히 끓었을 때
콩나물두주먹 넣어준다.
다 끓었을 때 국간장 조금, 멸치액젓 조금
넣고 마지막에 대파와 계란 하나 얹는다.
비가 내려 서늘한 아침에 후루룩
한 그릇씩.
우리는 각자의 '입장' 이란 명찰을 달고 산다.
그 명찰은 때로는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내 옷이 아닌 것 같아서
나의 본성과는 다르게 살아야 할 순간이 있다.
요즘 어느 의사들의 암 선고 방식의 논란이 있었나 보다.
5년 전.
감기 몸살 증세로 병원을 찾았던
남동생은 날벼락처럼 바터팽대부 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생은 마지막까지
본인이 4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우리와 이별을 했다.
처음 온갖 검사를 했을 때 담당의사는
가족들을 먼저 불렀다.
그리고 잔존 수명이 4-6 개월이라 했고 ,
가족이 환자에게 선고해 주길 원하는지
아니면 솔직하게 선고하지 않는 걸 원하는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올케와 형제들은 정말 많이 수도 없이 고민했었다.
가슴 치며 울다가 울다가
내린 결과는 동생의 예민한 성격을 고려하여
4기가 아닌 초기이니 항암을
잘하면 나을 수 있다고 말해주기로 하였다.
의사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했을 때
담당 박사님과 항암 담당 의사 선생님은 Ok 하셨고,
동생은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관리를 잘해주고 잘 견뎌주어
종양 크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넘어지는 바람에
가벼운 고관절 수술을 받고
어이없게도 패혈증이 왔다.
4개월 선고받았으나 3년 가까이
연장이 될 수 있었던 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의지와 희망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기회를 주고 보호자 가족들과
계속 연락하며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준 의료진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동생의 일을 겪기 전에는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의사의 입장을 지지했었다.
그리고 본인이 스스로
주위를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평사시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런 상황이 되니
동생의 성격으로는 사실을 전달했을 때
모든 걸 놓아버릴 것 같았다.
올케와 우리 형제는 그러한 결정을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의 입장, 환자의 입장, 가족의 입장...
커다란 병을 앞에 두고는 모두가 참
어렵고 힘든 입장이 된다.
정답은 없지만 가장 먼저 환자의 성향
파악이 중요하고 그에 따른 입장 정리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때 참 따뜻하게 동생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치료해 주신 의사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고 있다.
동생이 참 좋아했던
김치 콩나물 국밥을 만들면서
그 조마조마했던 시간들과
콩나물국밥 한 숟갈 뜨며
환희 웃던 동생 생각에
마음이 시린 아침이다.
이 레시피는 29년차 주부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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