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 여름, 즐거운 여름'
엄마도 어릴 적에는 여름이 늘 즐거웠던 것 같다.
여름방학, 외갓집, 물놀이, 수박, 옥수수, 미숫가루.
찌는듯한 날씨에 새까맣게 그을려도 나무 그늘에서 할머니가 타 주시는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잘 익은 수박 한 입 베어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시곤 했던 그런 여름의 추억이 있어서 그렇겠지?(물론 더운 날에도 불 앞에서 음식을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고 보니 여름이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
우리가 독일에 살 때,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어린 너와 어떻게 네 번이나 여름을 지냈을까 생각해보았어.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견딜만한 더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너를 데리고 마을 도서관, 마트, 서점, 카페를 전전하다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젤라또 하나를 사 먹었던 게 기억나네. 냉면 한 사발, 얼음 동동 가득한 진짜 아이스커피(아이스크림 커피 말고)가 먹고 싶었는데말이지. 그렇게 여름 음식이 먹고 싶어 전전긍긍하다 찾게 된 게 바로 '냉메밀소바'였단다. 메밀국수를 차가운 장국에 찍어 먹는 일본요리인데, 면도 구하기 쉽고, 시판 장국만 구입하면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서 냉면 대신 참 많이 먹었던 것 같아. 그땐 장국에 시원한 맛을 더해줄 무 대신 콜라비를 갈아 넣었는데, 3살 밖에 안 되었던 네가 콜라비를, 쫑쫑썰은 생파를 어찌나 잘 먹던지.
메밀면만 먹기에는 너무 헛헛해서 춘권이나 해물전을 같이 먹었는데 살짝 기름진 음식에 냉메밀소바는 참 맛있었어. 사실 메밀소바는 메인 요리라기보다는 정식 메뉴에 곁들여 먹는 사이드에 가까워서 제대로 먹으려면 돈카츠+우동 또는 메밀소바 이런 조합으로 먹어야 여름철 한 끼 식사로 충분하지. 그런 의미로 냉동실에 돈카츠 한 두장쯤은 있어야 해.(아쉬운 대로 냉동만두도 괜찮은 조합이 될 거야)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지 않았으면 해.
돈카츠는 적당한 온도의 기름에 빠르게 튀겨야 하는데, 기름도 너무 많이 들고 또 조리 도중에 기름에 화상을 입을 염려도 있고, 폐기름 처리가 쉽지 않단다. 그러니 꼭 오븐에서 조리하길 바란다.(성능 좋은 오븐을 꼭 구입하던지, 오븐&전자레인지 겸용 오븐을 옵션으로 갖춘 집을 구하던지) 오븐에서 조리를 하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돈카츠 표면만 촉촉해질 정도로 기름을 사용하면 되니까 여러모로 안전하고 편리해.
시판용 국시장국이 맛깔스럽기는 하지만, 시간 날 때 소스를 직접 만들어 놓으면 다양한 요리에 사용될 수 있을 거야. 소스 편을 따로 만들어 둘 테니 꼭 활용해보렴.
그럼 이제 시원한 한 끼를 준비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