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눈길이 미끄러웠다.
미끄러져도 일어나야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영업자였다.
제 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다는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이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관심이 갔다. 자영업을 하고 있기에, 동변상련의 아픔이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에세이집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왜 3인칭 시점으로 말할까 생각하며 읽다보니.. 이 책은 소설이었다. 직장인이었던 대한이 자영업자가 되면서 겪는 삶의 애환을 다뤘다. 마지막까지 이렇다하게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지않기에 읽는내내 답답했고 한숨이 나왔다. 상위 1%이하의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코로나 시국에 창업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전직 대기업 출신의 '대한' 사장님. 코로나 거리유지로 인한 셧다운으로, 창업에 대한 포부와 기대는 말끔히 사라진채 우울증을 앓게되었다. 곧 병원을 찾게되는데, 대한이 만난 정신과 의사는 '자영업 사장님들을 인터뷰하여 한 편의 기사처럼 블로그에 올리라'고 한다. 의사의 처방대로, 그는 인터뷰하며 세상을 더 알아가고 인생 선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배워간다. 이어지는 인터뷰, 자주보는 근처 자영업 사장님과 연대의식마저 느끼게 되는데.. 대한에게도 미래의 그 날이 오는 걸까?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 싶을 시점에, 상상을 초월한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 부부는 직접 셧다운을 당한 자영업자는 아니다. 단지, 셧다운한 공장들로 인해 물건 수급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은,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콕 집어 알려준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자영업자의 삶의 현장을 구석구석 드러내주어 읽는 자영업자의 마음은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서 있는 기분이들만큼 시원하다.
이 책은 자영업자들, 자영업이 궁금한 분들, 코시국을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읽기 좋은 책이다. 원래, 나 혼자 힘들면 희망이 안 보이지만 여럿이 함께 어려우면 힘을 내는 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힘들게 살고 버텨내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충분히 위로받고 용기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르가 소설인지라, 그 안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개념있는 사장님'들의 말!말!말!이 마음을 울린다. 오늘은 책 속의 한 줄이라기 보다, 같은 자영업자로서 공감했던 문장들을 수집하며 짧은 북리뷰를 마무리하려 한다.
p.167 새벽에 출근하는 게 나 혼자 하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거,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p.204 신기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세상은 멀쩡히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스크를 써야 했고 생활에 제약을 좀 받긴 했지만 사람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p.204 대한은 세상에 어려운 건 자신뿐인가 싶었다. 아니, 우리뿐
p.236 변명을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건 업체 사정이었다. 대한은 손님을 일층까지 배웅하며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다.
p.242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인생이란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었다.
p.241 동종 업계사람만 아니면 고만고만한 자영업자들은 모두가 마음을 튼 친구고 동료였다. 평생을 함께 갈 수도 있는 인연들이었다. 그렇다고 더 가까워지는 것은 부담스러웠고, 이 정도 거리가 서로에게 딱 좋았다.
p.243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그래, 어떻게든 살수는 있겠지.
이 북리뷰는 브런치 작가 아시시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joyinu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