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2

한국 학생들이 SAT 준비에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 (1/3)

작성자
Lettuce Learn
작성일
2024-01-15 12:51
조회
350

여러분 주변의 학생들은 SAT 공부에 얼마나 많은 기간을 할애하나요?

여름 방학 한 번? 1년? 2년?

 

한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공을 들이는 부분, 또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SAT일 것입니다. 많은 경우 SAT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2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엄청난 금액의 돈과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쏟아붓죠.

 

아주 솔직하게 ‘돌직구’로 말하자면,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유난히 SAT에 목을 매는 것은 대체로 “남들도 다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상대적 소외감, “(학원 등) 주변에서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더라”는 조장된 불안감, 그리고 “최대한 좋은 점수를 받아야 최대한 좋은 학교를 간다”는 일차원적 전략의 조합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SAT시험의 주관사인) College Board 컬리지보드의 아시아지부와 일할 당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이 SAT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는 것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해 Khan Academy 칸아카데미의 커리큘럼에 반영하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저는 저 위의 조합이 한국계 학생 전체의 미국 대학 입시에 있어서 얼마나 큰 피해인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희끼리는 한마디로 “한국 학생들이 군중심리와 잘못된 정보에 휘둘려 다같이 제 살을 사정없이 깎아먹고 있다”는 식으로 정리했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 이 분석에 대해 여러 학교 및 기관, 학부모 그룹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은 공감을 얻었었고, 그러한 피해를 당하지 않고 제대로, 효과적으로 SAT를 대하기 위한 방법을 다루었더랬는데, 그 모든 것을 정리하면 딱 3개의 질문으로 귀결되더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스스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시죠.

 

1. 이 시험은 당신의 무엇을 측정하는가?

SAT Reading 독해 능력을 재는 아니다!

모든 시험은 목적이 있고, 아주 구체적인 능력을 수치화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SAT를 개발하고 주관하는 컬리지보드 College Board 또한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서 꾸준히 시험 문제를 생성하고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SAT를 잘 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이 시험이 대체 학생의 어떠한 역량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할 것인데… 재밌는 것은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이 지극히 당연한 질문에 대해 일말의 고민 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덤벼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은 SAT의 Critical Reading 섹션이 학생의 어떤 능력을 측정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영어”라고 답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답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독해를 잘해야 한다”거나 “문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

기존 SAT의 경우, Reading 섹션에 나오는 지문은 500~750단어 정도 되는 장문이고, 각 지문당 10~11문제 정도씩 출제됩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길이의 지문이기에 제대로 읽을려면 빠른 독해력이 상당히 필요한 건 맞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수백개의 지문을 읽고 또 읽으면서 연습을 하고, 소설부터 수필까지 별의별 글들을 찾아서까지 읽으면서 더 연습하느라 질려합니다. 그리고 막상 시험을 볼 때는 지문의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느라고 정작 문제를 풀 시간은 부족해 합니다.

그런데… 왜 지문을 다 읽고 있죠?

내용을 암기해서 낭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작 해야 할 일은 그 지문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푸는 것 뿐인데 말입니다.

엄밀히 지문의 존재 목적은 어디까지나 ‘문제의 정답을 증명하기 위한 정보를 담아놓는 곳’일 뿐이지 않나요?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지문은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면 되는 ‘리소스’지, 잘 읽고 이해해야 하는 ‘교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SAT의 Reading 섹션은 ‘시험’보다는 ‘숨은그림찾기’와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숨은그림찾기’를 하면서 주어진 장면 전체를 찬찬히 뜯어보고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어떤 숨은 그림들을 찾아야 하는가”를 확인하고 주어진 장면 내에서 딱 그 그림들만 구분해 찾아내려고 하는게 훨씬 효과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SAT 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문 전체의 논리적 흐름을 파악해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을 가능성이 큰가’를 확인만 해놓고, “문제가 요구하는 정보가 무엇인가”를 확인해 지문 내에서 딱 그 부분을 찾아내서 답에 반영하는게 훨씬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부분만 가려내서 읽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최대한 넘어갈 수 있는게 현명한 '문제풀이용' 독해법이 아닐까요?

 

오늘날의 탑티어 대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핵심적인 능력이 바로 이렇게 방대한 정보 내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변별하고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힘입니다. 미국 고등교육의 관점에서 ‘주어진 자료를 수동적으로 그저 열심히 잘 읽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미숙한 학생임을 증명하는 것 뿐입니다. 대학교에 가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익혀야 하는데, 효과적인 정보 변별력이 없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대한 많고 다양한 지문을 미친듯이 줄쳐가며 정독하고 내용을 정리해가면서 SAT Reading섹션에 능숙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길거리에서 아무나랑 닥치는대로 개싸움을 하면서 곧 다가올 태권도 시합에서 이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하루가 멀다하고 치고받고 있으면 전체적으로 싸움 실력이 늘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태권도로 그 실력이 어느 정도는 전이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효율성이 어떨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이 얼마나 큰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녀가 저 입장에 있다면 ‘나가서 한 놈이라도 더 시비 걸고 어떻게든 싸워보고 오라’고 하시겠습니까, ‘나한테 맞는 전략을 세워서 태권도 사범한테 시합에 맞는 코칭을 받으라’고 하시겠습니까?

 


제이 강은 커크랜드 소재 학습 장애 전문 교육 컨설팅사 Golden Pennant의 매니징 컨설턴트이자 온라인 테스트프렙 서비스 Lettuce Learn의 대표로서 역임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AT 주관사인) College Board의 Asia 지부를 Strategic Advisor로서 역임한 제이 강은 현재 Study.com의 SAT Advisor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이 강 개인 점수: SAT/ACT 만점, GRE/GMAT/LSAT 상위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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