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가슴
바람은 언제나 흔적없이 내게 다가온다.
마냥 흘러가 버린 세월 만큼이나, 너무나 많은 상념과 함께 찾아온다.
그러다 깨닫고 보면 막연히 잃어버린 것들이, 가슴에만 있는것이 아님을
깨닫고 웬지 모를 아련한 슬픔을 느끼곤 한다.
바람은 언제나 구름과 비를 앞 세우고 온다.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서 배회하고 있는 구름들이
이곳 저곳으로 몰려 다닌다.
어쩌면 잡히지 않는 막연한 그리움과 아쉬움 만 오래되어 낡은
가설극장의 포스터 처럼 비에 젖은 가로등 아래 수북하게 쌓인다.
이렇게 비가 내리고 구름이 흐르는 날에는, 오래 되어 빛 바랜채
흑백으로 남겨져 있는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정리 하기도 하고
돌아 갈수없는 내 청춘의 젊은 나날들을 잊기 위하여,
내 안타까운 날들을 잊기 위하여,
내리는 비는, 간절한 그리움 때문에 잃어가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빗 속에 떠도는 이름 하나 가슴에는 으슬한 상처가 되어가고, 난 까닦없이
목이 매여온다.
술과 비에 젖어버린 마음처럼, 희미한 불빛마저 가만 있질 못하고
그저 마냥 흐려지고 흔들리기 만 한다.
만남 뒤에는 언제나 이별이 자리하고, 이별 뒤에는 언제나
쓰디쓴 침묵 만이 남는다.
비는 점점 가늘어 가지만, 구름의 흐름는 아직 여전히
강렬한 율동으로 내 가슴을 저울질 하며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