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 문제에 팀 내 불화까지…이중고 떠안은 모레노
뒷걸음질한 4-4-2·'U자형 빌드업' 되풀이…새 얼굴 실험도 '글쎄'
김민재·황인범·황희찬 96라인 은퇴소동…일단락됐지만 "아직 휴화산"
선수 격려하는 모레노 감독
(용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모레노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6.10.6 ksm7976@yna.co.kr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쳤다.
전적만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그러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한국 땅을 밟은 에콰도르와의 첫 경기(3-0 승)를 제외하면 한 번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며 경기력 문제를 드러냈다.
대표팀 내부엔 불화까지 생겼다. 베네수엘라전 뒤 김민재(뮌헨)는 공격진의 수비 가담 미흡을 '직격'하는 방송 생중계 인터뷰를 했고, 황인범(포르투)은 취재진을 만나 팀 내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을 했다.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 뒤에는 이들과 황희찬(샬케) 등 1996년생들의 '대표팀 은퇴 소동'이 벌어졌다.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앉자마자 경기력 문제와 선수 간 불화라는 이중고를 떠안은 모양새다.

교체되는 손흥민-오세훈
(용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후반전 한국 손흥민과 오세훈이 교체되며 모레노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인 A매치 최다 59골을 기록했다. 2026.10.6 ksm7976@yna.co.kr
◇ 뒷걸음질한 4-4-2…'U자형 빌드업' 되풀이
모레노호는 에콰도르, 우루과이(1-4 패), 베네수엘라(0-0 무), 우즈베키스탄(2-0 승)을 차례로 상대해 6골을 넣고 4골을 내줬다.
출발은 좋았다. 첫 경기 에콰도르전에서 손흥민(LAFC)과 오현규(베식타시) 투톱을 앞세운 4-4-2 전술로 3골을 몰아쳤다.
그러나 이후 경기 내용은 나아지기보다 뒷걸음질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2명만 두는 구조에서 중원 숫자 싸움에 밀렸다.
빌드업 패스는 속도가 느렸고 전방으로 이어지지 못해 백패스로 골키퍼까지 되돌아오는 'U자형 빌드업'이 되풀이됐다.
패스가 끊기면 수비 라인이 상대 역습에 그대로 노출됐다.
우루과이전에선 4골을 내줬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8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는 슈팅 수에서 7-12로 밀렸다.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전은 이겼지만, 점유율 46%-54%, 슈팅 수 10-12로 뒤졌다.

선수 교체 준비하는 모레노 감독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교체를 위해 선수를 부르고 있다. 2026.10.2 yongtae@yna.co.kr
한국이 32년 동안 맞대결에서 패한 적이 없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주도하는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골키퍼 조현우(울산)의 후반 '선방 쇼'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모레노 감독이 '새 얼굴'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는 이번 소집 명단에 김민수(레인저스), 김봉수(대전), 정승원, 구성윤(이상 서울), 오세훈(시미즈) 등 그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거나 한동안 부름을 받지 못한 자원을 대거 발탁하며 '실험'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서는 전임 홍명보 감독이 '쓰던 선수' 위주로 선발 명단을 짰다.
전열이 4-4-2로 바뀐 것 외에는 대표팀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대표팀에 심는 데에 집중하는 단계라는 게 모레노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난 건물을 짓고 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모레노호 합류한 해외파
(천안=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모레노호'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해외파 선수들이 22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공개훈련에서 자전거를 타며 몸을 풀고 있다. 대표팀은 이틀 뒤 에콰도르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 대표팀과 4차례 A매치를 치른다. 왼쪽부터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 이한범(브루게), 손흥민(LAFC). 2026.9.22 utzza@yna.co.kr
◇ 김민재 일침·황인범 눈물…96라인 은퇴 소동에 '내분 조짐'까지
그라운드 밖에선 어느 때보다 크게 '잡음'이 들려온다.
베네수엘라전 도중 교체된 김민재는 벤치에서 앉자 벗은 축구화를 집어 던졌고,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은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며 "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모든 선수가 '머리를 처박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믹스트존에서 "일단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며 "문제점들이 분명히 보이는 상황이 많은데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설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한국 축구 선수들이 팀 내부의 문제를 '바깥'을 향해 직접 언급하는 건,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전 뒤에는 김민재, 황인범과 황희찬 등 1996년생 '96라인'이 대표팀 은퇴를 고민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공격 전개하는 황인범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황인범이 베네수엘라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2026.10.2 yongtae@yna.co.kr
팀 내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온 이들은 경기 뒤 팀 동료들과 축구협회 측에 대표팀 생활을 '일단락'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을 9년째 맡고 있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경기와 믹스트존 인터뷰가 끝나고서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을 붙잡고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자정을 넘겨서야 경기장을 나섰다. 경기가 끝나고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황인범은 국가대표 은퇴를 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웃으면서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며 나갔다.

경기 지켜보는 모레노 감독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10.2 yongtae@yna.co.kr
하지만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휴화산"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중동 원정으로 치를 가능성이 큰 11월 A매치 2연전은 모레노 감독에게 정식 감독 승격 여부가 걸린 중요한 무대다.
모레노 감독은 국내에서 코치진과 함께 이번 4연전 내용을 복기하고 K리그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관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