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갈등 헌법재판소가 풀까…제청권-임명권 경계가 쟁점
靑-사법부 정면충돌 양상에…권한쟁의심판서 가려질 가능성 주목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3 kjhpress@yna.co.kr
대법관 제청 갈등이 전례 없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를 둘러싼 헌법적 논란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청와대나 대법원이 직접 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쟁점은 결국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가 될 전망이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해 대법원장에게 제청권, 국회와 대통령에게 각각 동의권과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다.
제청권과 동의권, 임명권은 헌법상 별개의 고유한 권한이지만,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사전에 제청 후보에 대한 합의를 거친 뒤 제청→국회 동의→임명 절차를 거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합의에 실패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합의되지 않은 후보를 제청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며 재제청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를 대라"며 응할 수 없다고 밝히고, 청와대는 "임명권 무력화"라고 맞받으며 양측의 헌법상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됐다.
양측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가정하면,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일방적 제청권 행사와 재제청 요구 불응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했다'고, 대법원은 '청와대의 제청 반려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 항의 방문하는 민주당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등이 23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거부 관련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6.9.23 cityboy@yna.co.kr
우선 대법원장의 행위를 놓고 보면 '사전 합의가 빠진 일방 제청'만으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단 시각이 우세하다.
사전 합의는 관행에 그치지 합의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단 이유에서다.
반대로 대통령에게도 헌법상 대법관 임명권이 있는 만큼 제청권과 별개로 최종 임명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구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대법원장 제청을 거부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김진한 변호사도 "헌법재판관 임명과 달리 대법관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이 아닌 실질적 권한이어서 임명하지 않을 권한도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헌재 '조작기소 국조 계획서 의결 위헌' 야 권한쟁의심판 각하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조작기소 국정조사 계획서 강행처리' 권한쟁의 사건 등의 선고를 위해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2026.7.23 jieunlee@yna.co.kr
그렇다면 쟁점은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적인 임명 거부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냐로 좁혀진다.
만약 대통령의 임명권이 폭넓게 인정된다고 보면 이번 재제청 요구 역시 법률상 명시적인 근거는 없더라도 위헌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도 제출하지 않고 중간에서 후보자를 반려하는 것은 국회의 임명 동의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지웅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는 "헌법은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국회가 동의하고 대통령은 임명한다고 정하고, 청와대에서 국회로 (임명동의안을) 보내는 것은 행정적 절차"라며 "청와대가 이런 절차만을 이유로 중간에서 임명동의안을 보내지 않는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앞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한 주장도 이런 취지다.
나아가 지금과 같이 청와대가 중간 과정에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사실상 특정 후보를 제청하라는 방식이라면 대법원장의 제청권 침해로 볼 수 있단 주장도 있다.
차진아 교수는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남은 후보 중 다시 제청하란 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형해화(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는 뜻)하고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이라면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할 정당한 근거를 제시했는지, 그 과정에서 사실상 특정 후보를 제청하도록 요구한 것은 아닌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사이의 경계는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대통령의 임명 거부가 어느 선을 넘으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다.
다만, 일단 청와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도 권한쟁의심판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재판소원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관계에 놓인 헌재에 자신의 권한 범위를 판단해달라고 모양새가 되는 것도 어색한 대목이다.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