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원정출산 단속 강화
최근 미국에서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에 대한 단속이 크게 강화되면서 과거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한 한인들의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곧 만 21세가 되어 시민권자 부모초청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과거 원정출산 기록 때문에 부모초청 영주권이 거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원정출산을 직접 겨냥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원정출산을 통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고, 장래 부모의 이민까지 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이민제도의 남용으로 규정하면서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에 비자 심사 및 입국 심사를 강화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어 국무부는 ‘Birth Tourism Prevention Task Force’를 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이 태스크포스는 여러 정부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하여 외국인의 여행기록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600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20여 년 전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하여 자녀를 출산했고, 그 자녀가 이제 만 21세가 되었다면 부모초청 영주권 신청도 거절되는 것일까요?
현재로서는 그렇게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 시민권자는 만 21세가 되면 부모를 초청할 수 있으며, 부모는 이민법상 쿼터를 기다리지 않는 Immediate Relative에 해당합니다. 이번 행정명령이 발표되었다고 해서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시민권자는 21세가 되어도 부모를 초청할 수 없다”는 별도의 일반적 금지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보다 부모가 당시 미국 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당시 관광비자를 신청하거나 미국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을 때 출산 목적에 관한 질문을 받았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했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한 ‘원정출산’ 문제가 아니라 이민법상 fraud 또는 willful misrepresentation 문제가 될 수 있고, 훗날 시민권자 자녀가 부모를 초청하더라도 부모의 이민비자 심사에서 inadmissibility, 즉 입국불허 사유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모초청을 포기하거나 무조건 신청을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실제 신청을 앞두고 당시의 비자와 여권, 미국 입국기록, 출산 경위, 병원비 지급 여부 등을 미리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불분명하다면 필요한 경우 과거 정부기록을 확인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 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여러 정부기관이 보유한 자료와 여행기록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20년 전 일이니 정부에서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과거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영주권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의 걱정은 이미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이 해외여행 후 미국에 재입국할 때 과거 원정출산 기록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최근 국무부가 발표한 600건 이상의 조치는 기본적으로 비자 취소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영주권자가 된 사람의 해외여행과 동일한 문제는 아닙니다. 따라서 20여 년 전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영주권자가 단기간 한국을 방문한 뒤 미국에 돌아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주권자라고 해서 과거의 이민사기나 중요한 허위진술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과거 비자나 입국 과정에서 중요한 허위진술이 있었고 그것이 현재 정부 기록에 나타난다면 입국심사 과정에서 질문을 받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최근 정책 방향을 감안하면 과거 출산 과정에서 비자나 입국 관련 문제가 있었던 분은 장기간 해외여행이나 시민권 신청, 가족초청 등을 하기 전에 자신의 과거 기록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8월 6일 발표된 행정명령 중 출생시민권 자체를 제한하려는 부분은 이미 다시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ACLU 등은 8월 11일 연방법원에 새로운 행정명령의 효력을 막아 달라는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책의 실제 적용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원정출산 단속 강화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정출산’과 ‘이민사기’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과거 미국에서 출산했다는 사실만으로 20년 후 시민권자 자녀의 부모초청 자격이 자동으로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시 비자를 어떤 목적으로 신청했는지, 입국심사에서 어떤 설명을 했는지, 허위서류나 허위진술이 있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정책은 앞으로 이 부분을 훨씬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따라서 과거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했고 이제 그 자녀가 만 21세가 되어 부모초청을 준비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불안해하여 신청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신청 전에 20여 년 전의 비자·입국·출산 기록부터 정확하게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정책이 바뀌었다고 모든 과거 원정출산 사례가 동일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각각의 사례에서 당시 어떠한 사실관계가 있었는지가 영주권 심사의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김형걸
이민법 전문 변호사
Vincent Kim, Es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