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태평가, 빼앗긴 들에서도 지켜낸 태평의 꿈

한동안 잠시 펜을 놓고 바쁜 일상을 보냈습니다.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다가 다시 이렇게 국악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참 반갑고 설레이는 마음입니다.
특히 이번에 다시 글을 쓰며 다가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잃어버린 빛을 되 찾았던 그날의 환희를 떠올리며 문득 머릿속을 스친 것은 다름아닌 “태평가” 와 “태평무” 였습니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부리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무던히 견디어 태평성대를 누려보세”
누구나 한 번 쯤 흥얼 거려 보았을 이 친숙한 신민요는 사실 일제강점 기인 193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1.태평가

이왕직 아악부에 거문고 악장이었던 이왕표 선생이 서양 음반을 통해 들려오던 노래의 멜로디에 우리 고유의 민요 어법과 시설을 얹어 새롭게 재창조한 곡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태평성대를 누려 보세라며 해학적으로 부르던이 노래는 어두운 시대를 버텨내던 우리 민중의 가슴에 작지만 단단한 희망의 등불을 켜 주었을 것입니다.
음악적으로도 경기도 민요 특유의 화창한 경서도 소리와 경쾌한 굿거리장단 그리고 유연한 시김새 (음의 꺾음과 떨먹) 가 어우러져 고단한 삶의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우리 민족 특유의 담대함을 보여줍니다.
2. 태평무

이시기 소리뿐만 아니라 춤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낸 거장이 있었습니다. 바로 근대 한국무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한성준 명무입니다.
그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 우리 춤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조선 왕실의 정재가 지닌 격조의 민속 무용의 생동감을 결합하여 “태평무” 를 창작했습니다.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이 주문 단순한 예술을 넘어 반드시 빼앗긴들에 태평한 우리 나라를 다시 세우리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무대였습니다.
태평무가 국악계에서 독보적인 예술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민족신앙의 깊은 기원이 담긴 경기도 당굿의 복잡한 장단 터벌림, 도살풀이, 섭체, 올림체를 넘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악이 조용히 가라앉았다가 순간 튀어 오르는 낙궁 장단에 맞춰 치고 나가는 현란하고 정교한 발사위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우리 겨레의 기품과 평정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광복절을 맞이하는이 8월 잠시 쉬어 갔던 저의 칼럼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진정한 광복과 태평이 깃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81년 전 그날 우리 선조들이 목 놓아 외쳤던 만세 소리 뒤에는 이처럼 우리 소리와 춤을 묵묵히 지켜낸 이들의 숭고한 숨결이 녹아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경쾌한 굿거리 장단에 “태평가” 한 가락을 들으며 오늘 일상의 태평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판소리, 국악, 한국어 수강 문의: 조혜정 jhj19cyberhang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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