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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성범죄 자백, 책임 더 커진 경찰 '부실 수사'

사회
작성일
2026-07-13 08:19
조회
21

경찰이 놓친 단서 모두 '강간살인' 결정적 증거들

"실수였다면 과실만큼, 고의라면 그에 걸맞게 책임져야"

포토라인 선 장윤기




포토라인 선 장윤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성범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법정에서 자백함에 따라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인 경찰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개월 넘게 범행 의도를 함구한 장윤기의 입을 열게 한 증거들 모두 경찰 수사에서 인멸됐거나 허투루 검토된 것들로 드러나, 그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징계와 형사 처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장윤기는 13일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강간살인'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전부 시인했다.

검경 조사 과정에서 "여학생인 줄 몰랐다", "자살을 결심하고 누군가 데려가려 했다" 등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해 온 장윤기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등장하고 나서야 '진짜 속내'를 털어놨다.

피해자 이채원(16·고3) 양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나고 나서 "범행 자체는 본인이 잘 알고 있으며, 성적인 목적에 대해 추가 증거가 드러나고 자신의 주변인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야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의 자백을 평가했다.

이양 측 변호인은 장윤기가 '강간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핵심 증거물로 케이블타이, 차량 블랙박스 등 2가지를 언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장윤기는 이양을 납치해 성폭행할 목적으로 범행했는데, 통상적인 납치 범죄에 쓰이는 '결박 도구'는 검경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로 확보되지 않았다.

하지만 범행 당시 장윤기의 차 안에 대형 케이블타이가 준비됐던 사실은 경찰 수사팀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 간 유착 의혹이 드러나고 검경 진상 조사가 시작된 이후 밝혀져다.




장윤기 SUV에 발견된 케이블타이

장윤기 SUV에 발견된 케이블타이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광주지검은 7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수사했던 광산경찰서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검찰은 형사과 담당팀 관계자 등 다수 경찰관을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은 지난 6일 낮 12시 45분께 장윤기가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조수석 수납공간에 케이블타이가 놓여있는 모습. 2026.7.7 daum@yna.co.kr




지난 5월 5일 사건발생 당일 장윤기를 체포한 경찰 수사팀은 차량 내외부를 감식하면서 조수석 수납공간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또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 수사보고서조차 검찰에 보내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케이블타이를 그냥 두도록 지시하고 수사보고서를 고의로 누락한 정황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진상 조사로 드러났고, 장윤기 사건을 일선에서 지휘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돼 조사받고 있다.

자칫 은폐될 뻔한 증거물 케이블타이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별도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장윤기 아버지 자택에서 찾아냈다.

또 다른 결정적 증거인 사건 현장의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은 검찰이 보완 수사로 화질을 개선한 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장윤기가 차량 뒷문을 열어놓은 채 범행했고, 피해자를 등 뒤에서 제압해 차 쪽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기는 지난달 22일 첫 재판에서야 해당 영상의 존재를 알아챘고, 그 내용을 확인한 이날 결국 법정에서 '강간 목적'을 시인했다.

검찰은 화물차 블랙박스 화질 개선 작업에 착수하기 이전 먼 거리에서 희미하게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장윤기가 차량 뒷문을 열어놓은 채 범행한 단서를 포착했다.

장윤기 차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수사팀장 체포돼



장윤기 차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수사팀장 체포돼

(전남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차량에서 주요 증거물인 케이블 타이(결박 도구)가 사라진 사실을 토대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담당 수사팀 간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장윤기를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수사를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팀장(경감)은 사라진 케이블 타이와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이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5월 5일 사건 발생 직후 언론에 포착된 장윤기의 차량. 2026.7.6 hs@yna.co.kr




해당 영상에는 차량 뒷문의 빛이 반사되면서 생겨난 하얗게 빛나는 물체가 찍혔는데, 경찰도 이를 똑같이 살펴봤지만 검찰과 달리 장윤기의 자백 확보에만 매달렸다.

검찰이 장윤기에게 비뚤어진 성 의식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 '훼손된 리얼돌' 또한 경찰은 "쓰레기로 내놓으려고 조각낸 것"이라는 장윤기 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이렇든 눈앞의 결정적 증거를 다 놓쳤거나 방치한 경찰은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인 '일반 살인죄'로 장윤기를 검찰에 송치했다.

장윤기 사건 처리 과정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A 경감과 소속 팀원, 광주경찰청 형사과 및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 등 총 7명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별도로 직접 수사에 착수한 광주지검도 장윤기 사건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또 이날 장윤기의 성범죄 자백이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경찰 윗선에 대한 유착 의혹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검찰 보완수사 없이 경찰 수사 결과가 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면 장윤기가 성범죄 의도를 자백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실수였다면 과실만큼, 고의였다면 그 죄에 걸맞게 경찰 수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hs@yna.co.kr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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