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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군, 같은 평수인데 옆집보다 유난히 저렴한 매물을 발견했다면, 십중팔구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상담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뒷마당 바로 너머로 송전탑이 지나가는 집이었는데, 바이어는 "가격은 마음에 드는데 저 철탑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고압선 근처 집은 한국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늘 갈리는 주제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외하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특히 King County처럼 인벤토리가 빠듯한 지역에서는 이런 매물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예산에 민감한 첫 주택구입자일수록 한 번쯤은 검토 대상에 올리게 됩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HUD 기준으로 고압 송전선(High-Voltage Transmission Line)은 대체로 60kV 이상을 의미하며, 발전소와 변전소 사이를 연결하는 대형 철탑 형태가 많습니다. 반면 동네 골목마다 서 있는 전신주의 배전선은 보통 12kV 이하로, 이는 위험도가 낮은 저전압 라인으로 분류됩니다. 즉 뒷마당에 전신주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고압선 문제로 볼 필요는 없으며,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 철탑과 굵은 케이블로 이루어진 송전선입니다. 매물을 볼 때 전신주인지 송전탑인지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걱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모두 전자기장(EMF) 노출과 암 발생 사이에 결정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암연구소(IARC)는 제한적인 소아백혈병 관련 연구를 근거로 EMF를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커피나 절인 채소와 같은 분류 등급에 해당합니다.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 확정된 위험이라기보다는, 아직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가능성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전자기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히 감쇠하는 특성이 있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송전선으로부터 300~500피트 이상 떨어지면 노출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는 절대적인 안전 거리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참고 수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과학적 근거보다 시장의 인식이 가격에 더 크게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여러 감정평가 연구에 따르면 송전선으로부터 1,000피트 이내에 위치한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보다 약 17.9%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이 있고, 나대지의 경우 송전탑에 인접한 필지는 최대 44.9%까지 가격이 낮게 형성된 사례도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할인 폭은 달라지지만, 공통적으로 매매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은 여러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King, Pierce, Snohomish 카운티 전역에서도 송전선 인접 매물은 비슷한 패턴을 보이며, 특히 시애틀이나 벨뷰처럼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이 할인 폭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인벤토리가 여유로운 외곽 지역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도 할인 폭이 더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어, 지역별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체감하는 가격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융자 측면에서는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기준이 있습니다. FHA 기준으로는 주택이나 관련 부속 구조물이 송전탑의 설계상 낙하거리(engineered fall distance) 안에 위치할 수 없습니다. 만약 주택이 전력회사의 지역권(easement) 안에 있다면, 대출 승인을 위해 해당 전력회사로부터 "주택이 철탑의 낙하거리 밖에 있다"는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평가사 역시 주택이 지역권 밖에 있더라도, 인근 위험 요소가 시장성에 미치는 영향을 감정보고서에 별도로 언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확인서를 받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클로징 일정을 잡을 때 미리 감안해 둘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셀러 입장에서는 워싱턴주 Form 17 disclosure의 Title 항목에서 지역권(easement)과 통행권 관련 질문에 정확히 답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력회사의 지역권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었다면 이를 숨기기보다 명확히 고지하는 편이 이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유리합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지역권의 범위와 융자 프로그램별 심사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적으로 바이어가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카운티 감정평가사(Assessor) 웹사이트나 타이틀 리포트를 통해 지역권의 정확한 폭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전력회사에 직접 문의해 주택이 지역권이나 낙하거리 안에 포함되는지 서면으로 확인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역권 안에 포함된 마당 공간은 향후 데크, 창고, ADU 같은 구조물을 새로 짓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단순히 주택 매매가만이 아니라 향후 마당 활용 계획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컨벤셔널 융자는 FHA만큼 낙하거리 규정이 엄격하게 명문화되어 있지 않지만, 감정평가사가 마케터빌리티(marketability)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서에 반영하는 것은 대출 종류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결국 고압선 근처 주택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매물도, 무조건 좋은 기회도 아닙니다. 전압의 종류, 지역권과의 거리, 이용하려는 융자 프로그램, 그리고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답은 시장 전체의 통념이 아니라, 현재 본인이 검토하는 매물의 구체적인 조건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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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수 | 부동산 브로커 · M&A 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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