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작가 "임지연·허남준 조합, 오뉴월 서리 같은 기적"
한태섭 감독·강현주 작가 서면 인터뷰…넷플릭스 비영어쇼 7주간 톱 10
사극에 로맨스·코미디 더해…"판타지 납득시키려 철저한 고증"

SBS '멋진 신세계' 한태섭 감독과 배우 임지연(왼쪽부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 시대 '악녀'와 현대의 '악질 재벌 2세'의 로맨스를 그린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가 국내외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빌런(악당)들의 로맨스라는 신선한 설정, 사극과 로맨스·코미디를 한 번에 담은 연출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1위에 오른 데 이어 7주 연속 톱 10을 유지했다. 시청률도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11.8%(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흥행했다.
이 작품을 함께 만든 한태섭 감독과 강현주 작가는 30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것에 감격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감독은 "국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 노력했는데 해외에서도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며 "추운 겨울 오랫동안 고생한 스태프에게 작은 보상이 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강 작가 역시 "신인 작가로서 스스로 보고 싶은 서사와 인물을 마음껏 썼는데 사랑해 주셔서 뭉클할 따름"이라며 "어두운 밤바다 위를 홀로 표류하다가 등대의 한 점 불빛을 만난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꾸려 나가도 되겠다는 신호를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SBS '멋진 신세계' 한태섭 감독과 배우 허남준(왼쪽부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일 종영한 '멋진 신세계'는 조선 왕실의 후궁 강단심의 영혼이 씐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재벌 3세 차세계(허남준)의 로맨스를 그렸다. 나라를 어지럽힌 죄로 사약을 받은 후궁과 자본주의에 찌든 악질 재벌은 각각 과거와 현대를 대표하는 악역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구현됐다.
강 작가는 "신서리의 몸에 씌인 강단심은 장희빈을 떠올리며 구상했다"며 "일반적인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보다는,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생존의지가 강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차세계에 대해선 "여자 주인공과 비등한 캐릭터 특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악질 재벌을 떠올렸다"면서도 "겉으론 위악을 떨지만, 솔직하고 책임감도 강한 합리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강 작가는 "강렬한 두 캐릭터가 서서히 보여주는 허당미가 인물의 매력으로 반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시청자들이 '되게 이상한데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네'라며 선악을 넘어 이들을 응원하고 품어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 역시 작품을 연출하며 선악이 공존하는 이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첫인상이 강렬할수록 변화도 크게 느껴질 것 같아 극 초반부 연출에 신경을 썼다"며 "악인 같아 보였지만 순애보인 차세계나, 강단 있고 기세 있어 보이지만 내면의 슬픔과 상처가 가득한 신서리가 사랑 앞에서 흔들리고 무너지는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SBS '멋진 신세계' 속 허남준과 임지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각각 전작 '더 글로리'와 '유어 아너'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지연과 허남준을 남녀 주인공으로 낙점하며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한 감독은 "악역 경험, 사극 경험이 어우러진 두 주인공 캐스팅을 마친 직후 작가님과 '이건 됐다!' 쾌재를 부른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강 작가 또한 "동화 속 악당 같은 두 사람이 만나 성장하고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는데, 임지연과 허남준 배우가 그에 대한 정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주연 배우의 캐릭터 소화력에 대해선 찬사가 이어졌다.
한 감독은 "'내가 만약 이 두 사람의 캐스팅을 성사시켰다면 절대 겸손해하지 않을 거야'라는 한 외국인 시청자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며 "실제로 두 사람의 케미(호흡) 만족도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둘은 외적으로 섹슈얼한 텐션이 흘러넘쳐 투 샷만 봐도 로맨스적 긴장감을 만들어냈는데, 수위 조절이 어려웠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강 작가도 "로맨틱 코미디의 가벼움부터 멜로 정서의 무게감까지 소화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캐릭터들이었는데, 작가로서 200% 이상 만족했다"며 "임지연과 허남준, 두 분을 만난 것은 '오뉴월의 서리'와 같은 기적이었다"고 칭찬했다.

SBS '멋진 신세계' 속 배우 임지연과 허남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는 영혼 체인지와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다루지만, 조선시대 복식이나 소품 등에서 역사적 고증이 잘 된 작품이란 평가도 받았다.
한 감독은 "작품 속 판타지를 진짜처럼 납득시키려면 사극 파트가 아주 깊이있고 격조있게 묘사돼야 할 것 같았다"며 "조선 후기의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따라서 의상, 미술, 소품 등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숙종실록에 기록된 혜성 기록에서 영감을 얻어 '붉은 혜성'의 비주얼을 디자인했고, 차세계의 집 세트 속 네모난 연못은 창덕궁 후원의 애련지를 본떴다"며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강 작가는 가상의 세계관 속에서도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신서리의 대사에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발언을 추가했다.
그는 "영혼 체인지라는 극적인 상황으로 시작해서 나머지는 최대한 땅에 발을 붙이고 가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며 "극 초반 신사임당, 임윤지당, 허난설헌 등 선현들의 말씀과 고사성어를 적극적으로 배치한 것은 현실감을 더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과 강 작가는 이 모든 노력을 알아봐준 시청자들 덕에 드라마가 성공했다며 거듭 감사를 전했다.
"'투병 생활 중, 녹록지 않은 현실에 힘들다가도 이 드라마 덕분에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시청자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느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한 감독)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