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아래 숨겨진 탄광도시…벨뷰 ‘코얼 크릭 트레일’의 시간여행
울창한 숲과 계곡, 고요한 산책로로 사랑받는 벨뷰의 코얼 크릭 트레일(Coal Creek Trail)이 사실은 워싱턴주 산업화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날 시민들이 산책과 하이킹을 즐기는 이 숲길은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광부들과 가족들이 생활하던 탄광 마을이자, 서부 해안 지역 산업을 떠받친 석탄 생산지였다.

Coal Creek Trail은 Cougar Mountain Regional Wildland Park 북서부 구간을 따라 이어진다. 현재는 이끼가 뒤덮인 나무와 울창한 고사리숲, 야생동물이 어우러진 자연 공간이지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워싱턴주 대표 탄광 지대 가운데 하나였다.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식생이 지하에서 압력과 열을 받아 석탄층으로 변했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채굴 산업이 시작됐다. 당시 코얼 크릭 일대에는 광산을 중심으로 여러 마을이 형성됐으며, 레드타운(Red Town), 화이트타운(White Town), 핀타운(Finn Town), 레인보우타운(Rainbow Town) 등 다양한 공동체가 존재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약 100년 동안 1천100만 톤에 달하는 석탄이 생산됐으며, 채굴된 석탄은 시애틀은 물론 미국 서부 해안 각지로 운송됐다.

현재 트레일 곳곳에는 당시 광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비탈 암석층 사이로 검은 석탄층이 드러난 곳도 있으며, 과거 광산 환기구였던 시설 일부는 현재도 인공 동굴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지하 1천 피트(약 305m) 이상 깊이까지 연결됐던 이 환기구는 수많은 광부들이 작업하던 갱도에 공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산책로 일부 구간은 과거 석탄 운반 열차가 다니던 철도 노선을 따라 조성됐다. 지금은 철로가 사라졌지만, 기관차 방향을 돌리기 위해 사용됐던 대형 회전식 턴테이블의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이 당시 산업 현장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벨뷰시 공원국은 방문객들이 이 같은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 표지판과 역사 안내 시설을 설치했다. 옛 흑백사진과 설명 자료를 통해 광산 마을과 철도 시설, 채굴 현장의 모습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
코얼 크릭 탄광의 전성기는 1930년대 대공황을 전후해 막을 내렸다. 석유 사용 확대와 타주(州)산 저가 석탄 유입으로 광산 산업이 쇠퇴하면서 마을도 차례로 사라졌다. 이후 자연은 버려진 광산과 정착지를 서서히 덮어 현재의 숲으로 되돌려 놓았다.

전문가들은 코얼 크릭 트레일이 단순한 하이킹 코스를 넘어 워싱턴주 산업 발전사와 이민 노동자 공동체의 삶, 그리고 자연 복원의 과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라고 평가한다.
새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숲길이지만, 한 세기 전 이곳에는 석탄을 실은 열차와 광산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코얼 크릭 트레일은 이스트사이드의 숨겨진 과거를 가장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다.
Copyright@KSEATT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