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장보기가 즐거우면, 결혼하세요

결혼식에서 주례는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서로 사랑하겠습니까?”
신랑 신부는 당연하다는 듯 “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즐거울 때 사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건강할 때 사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괴롭고 힘들 때, 지치고 아플 때도 함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한다고 말한다. 결혼만 하면 외로움도 끝나고 행복만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결혼 후에도 삶은 여전히 힘들고, 싸울 일은 계속 생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연애할 때가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연애는 비교적 단순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고, 가끔 선물을 사주고, 집에 바래다주고, 사랑 표현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한 집에 살게 되면 데려다줄 일도 없어지고, 선물도 줄어든다. 매일 보다 보니 예전에는 안 보이던 단점들이 더 잘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전과 달라졌다”, “사랑이 식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사랑이 사라진 걸까. 어쩌면 사랑의 모습이 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연애가 설레는 감정 중심의 관계라면, 결혼은 생활을 함께 견디고 만들어가는 관계에 가깝다. 드라마 속 결혼은 늘 낭만적이다. 아침마다 웃으며 입맞춤을 하고, 따뜻한 음악이 흐른다.
하지만 현실의 결혼은 다르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사랑해” 대신 “쓰레기 좀 버리고 가”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생활을 이어간다. 왜일까. 결혼의 진짜 매력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백화점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늘 사람에 치이고 지쳐서 쉬는 날이면 집 밖도 나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후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남편 옷을 사러 백화점에 들르고,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예전 같으면 귀찮고 피하고 싶었던 일들이, 누군가와 함께라면 자연스럽고 즐거운 시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게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시장을 함께 보고, 귀찮은 장보기를 같이 하고, 휴일에 쉬고 싶어도 함께 마트에 가고, 때로는 짜장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그 시간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결혼은 거창한 이벤트보다 그런 생활에 훨씬 가깝다.
벽에 못을 박다가 손을 다치고, 이불을 털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지친 하루 끝에 함께 밥을 먹는 것. 결혼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생활적이고 소박하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게 바로 사랑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사람과 허드렛일조차 함께 하는 것이 즐거운가요? 그렇다면 결혼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