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칼럼

부모가 움직이는 결혼… 사랑은 누가 하나

작성자
SUNOO
작성일
2026-02-25 14:47
조회
43

 

얼마 전 한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 얼굴을 찡그려지는 일이 있었다.

 

아들이 내가 소개한 여성과 맞선을 본 지 겨우 2주가 지났는데, 어머니는 이미 결론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가씨 반응이 너무 밋밋해요. 확답을 줘야 우리도 움직이죠.”

 

만난 지 2주면 누군가를 더 만나볼지 말지 결정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마음이 급한 것이다. 아들은 전문직에 외모도 출중하고, 미국 명문대 유학파에 부모는 명문대 교수. 자랑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춘 집안이었다.

 

“아드님은 뭐라고 하던가요?”

“싫지는 않은 눈치예요. 저쪽에서 만나자고 하면 만난다고 하네요.”

 

정작 당사자는 한 발 물러나 있고, 어머니가 앞에 서 있다. 가입도, 상담도, 추천받은 여성에 대한 설명도 모두 어머니가 맡았다. 처음엔 답답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자녀 결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부모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도 비슷하다. 강남에 거주하는 한 전문직 여성은 명문대를 졸업했고 외모도 단정해 소개받은 남성들로부터 단 한 번도 퇴짜를 맞지 않았다. 

 

문제는 6개월 동안 당사자와 직접 통화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연락은 어머니가 대신했다. 딸을 누구보다 잘 설명하지만, 정작 딸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남성도 호감이 있지만 서로 자존심이 높아 상대 연락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당사자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충분히 성사될 만남인데, 중간에 부모가 개입을 하니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든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 이민을 가 50대에 자수성가한 한 어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가입을 진행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왜 아직 진전이 없느냐”며 초조해했다. 여성 네 명을 차례로 소개했는데, 연락은 모두 부모를 통해 오갔다.

 

그 중에 한 여성과 뜻이 맞아 만나기로 했는데, 여성의 여행 일정이 겹치자 약속을 미뤘다고 한다. 당사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부모를 거치며 매너가 없다는 식으로 확대됐고, 결국 만남은 무산됐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자녀 대신 부모가 결혼정보회사에 문의하고 가입 절차를 진행하는 비율이 이미 60~70%를 넘는다. 특히 외동이거나 자녀가 한두 명뿐인 가정일수록 부모의 관여도는 더 높다. 

 

20년 전보다 중매는 두 배 이상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당사자 설득이 가장 큰 일이었다면, 이제는 양가 부모까지 함께 설득해야 한다. 가족 규모가 줄어든 시대,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배우자 선택은 곧 인생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대사다.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관심이 개입이 되고, 개입이 통제가 될 때다. 부모는 연륜과 경험으로 상황을 판단한다고 믿지만, 연애와 결혼은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 감정이 오가는 자리에서 제3자가 앞에 서면 관계는 자연스러움을 잃는다. 

 

부모의 조언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택은 당사자가 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이 결정해야 관계도 단단해진다. 부모의 그늘 아래서 시작된 인연은 출발선부터 자립이 어렵다. 부모가 자녀 대신 살아줄 수 없듯, 결혼의 결정 또한 대신 내려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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