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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돌봄 로봇

Author
LaVie
Date
2025-12-16 10:52
Views
39

대한민국은 2025년 기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전통적 가족 돌봄 체계와 사회적 지원 인프라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돌봄 로봇이 복지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고, 정부와 민간 모두 돌봄 기술에 대한 관심과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돌봄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기기를 넘어, 일상생활 지원, 건강 모니터링, 위급상황 대응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로봇은 약 복용 알림, 음성 대화, 정서적 상호작용과 같은 기능으로 정서적 지원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가 주목받는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좋은 복지’로 이어질 수 있을까? 특히 저소득층, 디지털 소외계층, 독거노인에게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새로운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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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측면: 돌봄의 접근성과 질 개선

첫째, 돌봄 로봇은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현장에서 요양보호사 부족과 과중한 업무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이다. 실제로 급속한 고령화로 2027년까지 요양보호사의 필요 인력보다 약 7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 기술은 반복적이고 신체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인력 부족 완화와 돌봄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로봇이 제공하는 정서적 지원과 건강 모니터링은 고립과 외로움이 심각한 문제인 독거노인들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로봇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울감 완화와 삶의 안정성 강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차원을 넘어, 인간 상담자의 부재로 인한 심리적 공백을 메워주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복지 혜택이 결합될 경우 저소득층의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돌봄 로봇은 고가의 기술이지만, 복지 재정과 장기요양보험 등 공공 지원이 확대되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필수 복지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고령자 개인과 가족의 부담을 낮추고 사회 전체의 활력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복지 혜택과 기술이 결합하면, 개인 돌봄의 질을 높이고 가족과 지역사회 단위의 돌봄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다.

 

부정적 측면: 소외와 불평등의 심화 위험

하지만 돌봄 로봇이 복지의 ‘만능 해결책’인 것은 아니다.

첫째, 기술 접근성의 차이는 저소득층 및 디지털 소외계층에서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 로봇 사용에는 종종 기본적인 디지털 리터러시와 적응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정보기술 접근성이 낮은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둘째, 과도한 기술 의존은 사회적 고립을 오히려 강화할 우려가 있다. 일부 연구들은 로봇이 인간 돌봄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면서 실질적인 인간 간 상호작용이 줄어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감정적 지원의 일부를 제공할 수는 있으나, 인간의 공감과 돌봄 관계가 갖는 고유한 가치까지 로봇이 대체할 수는 없다. 이는 특히 정서적 연결을 더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셋째, 로봇 기술 도입이 돌봄 노동의 재구조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 돌봄 로봇이 오히려 기존 돌봄 노동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일부를 관리자처럼 감독하는 형태로 변하며 일정한 부담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교육과 재훈련 없이 로봇이 확대되면, 돌봄 노동자의 직업적 정체성 위기와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기술과 복지의 균형: 포용적 복지 체계로의 전환

돌봄 로봇 기술은 고령화가 가져오는 현실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가진 동시에, 새로운 격차와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기술 접근에 대한 공공 복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 보급을 넘어 사용자 교육과 기술 친화적 설계를 병행함으로써 취약계층이 로봇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인간 돌봄과 기술 돌봄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로봇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 맥락에서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를 분담하면서 인간 간 상호작용이 더 깊어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도구로 자리잡아야 한다.

셋째, 복지 정책은 단순 비용 지원을 넘어서 돌봄 체계 전체의 포용성과 공평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돌봄 로봇 보급을 복지 정책과 연계할 때,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디지털 소외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기술은 돌봄의 미래를 새롭게 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돌봄 로봇이 진정한 복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사회적 지원 체계와 인간 중심의 돌봄 가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의 복지는 효율성뿐 아니라 포용성과 존엄성을 기준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돌봄 로봇은 그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며, 그 효과는 사회적 배려와 제도의 방향에 의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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