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있어도 수술비 ‘빚더미’…UW 연구 ‘민간보험, 재정 보호 못 해’

미국 성인 가운데 수술을 받은 이들의 약 40%가 수술 후 1년 이내에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가 확인되며, 의료비 접근성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팀은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지출 패널조사(MEPS)’ 자료를 분석해 18∼64세 성인의 7년간 의료비 지출과 재정 상태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수술 경험이 있는 성인과 그렇지 않은 성인을 비교해 수술이 가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수술을 경험한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 재정적 어려움이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환자의 38%는 의료비 청구서 납부 곤란, 필요한 진료 지연 등 ‘수술 후 재정 충격’을 보고했다. 수술 이후 연간 본인 부담 의료비는 평균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응급수술은 선택수술보다 훨씬 큰 재정적 타격을 초래했다. 연구팀은 “응급 상황에서 치료 선택권이 없는 만큼 비용 부담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디케이드(Medicaid) 가입자의 경우, 민간보험 가입 저소득층에 비해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구는 민간보험이 의료비 방어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연방 차원에서도 의료비 부담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웨스트헬스–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의료비·보험료 부담 우려는 최근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카이저가족재단(KFF) 연구에서도 65세 미만 보험 가입자의 상당수가 보험료와 본인 부담금 납부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UW 의대 트라우마 외과 전문의 존 W. 스콧 박사는 “진료 현장에서 고액 공제보험(high-deductible plan)을 가진 환자들이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심각한 상태가 될 때까지 치료를 미루고, 심지어 응급실에서도 비용을 걱정해 치료를 거부하려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비 부채가 부상보다 더 두렵다는 환자들의 말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스콧 박사는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접근으로 응급·외상 수술의 본인 부담금 면제, 소득 대비 비례 공제 제도, 그리고 병원의 환자 재정 결과 평가 등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의 고액 공제·고액 본인 부담 구조는 대부분의 미국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이른바 ‘재난적 보장(catastrophic coverage)’은 정작 환자들이 보호받기를 기대하는 재난 상황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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