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이민 심사 중단·재검토 후폭풍…WA 이민사회 불안 고조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내셔널가드 요원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워싱턴주 이민사회 전반에 불안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강경 조치로 인해 그린카드·시민권 신청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 시기 승인된 난민·망명 결정을 포함한 대규모 심사가 중단되거나 재검토 대상에 오르면서 지역 이민자들이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타코마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S씨(익명 요청)는 2022년 미국에서 망명을 인정받은 뒤 이듬해 영주권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말 의무 의료기록 제출 이후 심사는 멈춰 있다. 그는 최근 발표된 새 정책으로 신청이 거부되거나 기존 망명 지위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본국으로 송환되면 확실히 죽을 것”이라고 두려움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D.C. 총격 사건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국적으로 확인되자, 이를 근거로 이민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용의자는 2021년 탈레반 집권 직후 미군 협력자를 수용하는 ‘동맹국 환영 작전(Operation Allies Welcome)’을 통해 입국했고, 비밀리에 CIA 지원을 받은 부대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이민국(USCIS)이 화요일 공개한 정책 문건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모든 망명 심사가 일시 중단되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승인된 망명 결정이 재검토된다. 아프간 협력자들에게 발급되던 특별이민비자(SIV)는 중단되고, 아프가니스탄·이란·예멘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 19개국 출신 신청자들의 영주권·시민권 등의 이민 신청은 모두 보류된다. 이미 발급된 그린카드와 이민 혜택도 다시 살펴볼 수 있다는 방침이다.
워싱턴주에서는 난민, 망명자, 영주권자 등을 포함해 수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USCIS는 90일 내에 재검토·재면접·수사기관 회부가 필요한 우선대상 명단을 작성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의 아시안 카운슬링 앤 리퍼럴 서비스(ACRS)는 아프간 출신 의뢰인의 시민권 인터뷰가 이번 주 취소됐다고 밝혔다.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시민권 취득을 앞둔 한 여성의 선서식도 예고 없이 취소됐다. 기관 관계자는 “아무 설명도 없이 절차가 취소돼 생계와 신분이 공중에 떠 있다”며 “집단적 처벌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스웨스트 이민권리프로젝트(NWIRP) 역시 아프간 의뢰인들에게 상황을 전달하며 대책을 모색 중이지만, 행정부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망명·특별이민비자·영주권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200명의 아프간인을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더기 취소는 불가능하며, 정부가 개별 건마다 취소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USCIS는 이미 수년간 심각한 적체를 겪고 있어 대규모 재검토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불안은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시애틀과 와트컴 카운티에서는 아프간 이민자들이 “언제든 송환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생활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시애틀에 사는 미 시민권자 E씨는 가족의 영주권 신청이 보류되자 “어머니가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인들 사이에서 이미 해외 방문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말리아 이민자를 ‘쓰레기’라고 표현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고, 미네아폴리스·세인트폴 지역에서는 불법 체류 소말리아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단속이 시작됐다. 시애틀의 소말리아 단체들은 “수십 년간 미국에서 살아온 시민들조차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워싱턴주 내 이민자들은 추가 조치 발표를 기다리며 극도의 긴장 속에 지내고 있다. 타코마의 S씨는 망명 승인 이후 사라졌던 악몽이 최근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안전하다고 믿었지만,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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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Anna Moneymaker/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