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고급주택값 ‘폭등’…10년 새 127%↑, 부호들 왜 몰리나

시애틀 고급주택 시장이 구매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 산업 성장과 초고가 주택 수요가 맞물리면서 시애틀 일대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럭셔리 주택 시장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킹·스노호미시 카운티의 상위 5% 고급주택 중위가격은 2015년 136만 달러에서 올해 308만 달러로 127.1% 뛰었다. 이는 미국 주요 대도시권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며, 전국 평균 상승률(82.5%)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같은 기간 뉴욕(15.4%), 샌프란시스코(57.8%) 등 비교 대상 대도시권의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시애틀 고급주택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희소성’을 강조한다. 부호들이 선호하는 레이크워싱턴 인근 강변 주택지는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생활권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은 “강변 주택지는 더 이상 공급될 수 없는 한정 자원”이라며 “초고가 주택 수요층에게 시애틀은 세계 주요 도시와 경쟁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력 측면에서의 이점도 작용한다. 시애틀 고급주택 가격은 여전히 뉴욕·샌프란시스코 같은 해안 대도시권보다 낮아 동일한 가격으로 더 큰 면적과 높은 수준의 사양을 확보할 수 있다. 워싱턴주가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도 부유층 이동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술 산업의 성장 역시 고급 부동산 시장을 지탱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이 위치한 시애틀은 수년간 기술업계 종사자들의 고소득 유입이 이어졌고,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주가 상승을 촉진하면서 초고가 주택 시장에 추가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전체 고급주택 거래는 최근 몇 년간 부진했다. 고급시장 하단에 해당하는 ‘저가대 고급주택’ 구매층이 기술기업 구조조정과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반면 1천만 달러를 넘는 초고가 주택 시장은 오히려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시애틀 지역에서 1천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주택은 총 22채로, 최근 몇 년보다 많은 수준이다.
올해는 특히 기록적 거래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했던 시애틀 인근 저택이 6천3백만 달러에 매각돼 워싱턴주 역대 최고가 거래로 기록됐고, 현재 7천5백만 달러와 7천9백만 달러에 매물로 나온 주택들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와 AI 산업 성장세가 고급주택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레드핀의 데릴 페어웨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 열기가 고급주택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기술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상승했을 가능성도 있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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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Zill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