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치매 진행 7년 늦춰진다…‘하루 5천 걸음’의 힘
![]()
미국 연구팀이 매일 걷는 걸음 수가 알츠하이머병의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하루 5천~7천 걸음을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 기능 저하 시점을 평균 7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학자 와이-잉 웬디 야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300명 가까운 고령자를 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뇌 스캔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이다. 이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하루 평균 3천~5천 걸음을 걷는 사람은 인지 저하가 약 3년 지연됐으며, 5천~7천 걸음을 걷는 사람은 7년 정도 늦춰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야우 박사는 “만약 평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조금만 활동량을 늘려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매일의 작은 움직임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걷기 활동이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단백질 중 하나인 타우(Tau) 단백질의 축적 속도를 늦춘다는 점도 확인했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 간 연결을 방해해 기억력 저하와 혼란 증상을 유발한다.
다만 야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걸음 수와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것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이 왜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혈류 개선이나 염증 감소가 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학자 로널드 피터슨 교수는 “방법론이 탄탄하고 흥미로운 결과지만, 특정 인종과 고학력층이 다수였다는 점에서 일반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캔자스대 의대 존 시폴트 교수는 “평생 꾸준히 중등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해온 사람은 알츠하이머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기간의 운동 프로그램보다 오랜 습관이 더 큰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걸음 수뿐 아니라 운동의 강도, 패턴, 종류가 알츠하이머 예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야우 박사는 “운동은 습관화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단 한 걸음이라도 더 걷는 것이 뇌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KSEATT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