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렌트시장 냉각 조짐…임대료 상승세 드디어 꺾이나

시애틀 지역의 렌트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임대시장에 변곡점이 찾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서부 워싱턴주 전역에서 임대료 인상률이 완만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임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업체 포인트3 리얼에스테이트와 시애틀 렌털그룹의 엠마 데이비스 CEO는 “9~10월을 기점으로 임대시장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졌다”며 “주택 소유주들이 임차인을 찾는 데 평균 14일 걸리던 기간이 이제는 30~45일로 늘어났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인하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는 다소 늦게 반응하지만, 최근 들어 무료 주차나 한 달치 임대료 면제 같은 인센티브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부동산업체 질로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시애틀 대도시권 단독주택의 평균 월 임대료는 3,342달러로 전년 대비 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은 2,089달러로 2.0% 오르는 데 그쳐 상승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로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오르페 디붕귀는 “공급 확대가 이어지는 아파트 시장에서 임대료가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상승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완화 또는 소폭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들하우징(middle housing)’ 확충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스 CEO는 “중형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같은 주거 유형이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며 “이런 형태가 늘면 전체 재고량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애틀시를 비롯한 타코마·렌톤·에버 등 주요 도시들은 지난해 통과된 주택유형 확대 법안(2023년)을 근거로 새 주거지구를 지정하며 주택 다양화에 나섰다. 시애틀시는 주택 허가 절차를 50% 단축하는 시 전역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임대업체 키이지의 공동대표 리앗 아라마는 “렌트캡(연 10% 상한제) 도입 직후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최대 인상률 자동 적용’을 요청했다”며 “보험료와 재산세, 긴 퇴거 절차 등으로 인한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아라마는 “임대료를 올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의 제도 아래에서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까지 임대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세입자들에게는 지금이 좋은 협상 시기라고 조언한다. 데이비스 CEO는 “지금은 임대료 협상이나 조건 조정이 가능한 시기”라며 “내년 1월 이후에는 봄철 이사 수요로 다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애틀 렌털그룹은 세입자들에게 무료 주차나 편의시설 할인 요청, 1개월 임대료 면제 협상, 장기 임대계약 조건 제시 등을 통해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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