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몰고 온 피바람…시애틀 IT 업계 ‘구조조정 직격탄’

시애틀을 거점으로 한 주요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혁신의 중심에서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대에 맞춰 조직 구조를 재편하며, 수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5개월여 동안 두 회사는 총 2만9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MS는 1만5천 명 이상을, 아마존은 1만4천 명의 인력을 줄였다. 그러나 이번 감원은 재정난 때문이 아니다.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기업은 ‘보다 민첩한 조직 구조’로 전환해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을 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비용 절감의 수단을 넘어 기업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ChatGPT)를 공개한 이후, 전 세계 기술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인공지능 인재 확보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MS는 2024년 이후 매 분기마다 자본 지출을 크게 늘리며, 인건비보다 AI 인프라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하고 있다.
MS와 아마존은 모두 “AI가 직접적인 감원 원인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지만, 사실상 AI 중심의 경영 재편이 핵심이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는 효율성과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직의 불필요한 층위를 줄이고, 모두가 ‘플레이어이자 코치’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 역시 AI를 축으로 한 대대적인 인사 재편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영업총괄 책임자 저드슨 앨토프를 상업 부문 최고경영자로 승진시키며, CEO 사티아 나델라가 기술 리더십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했다. 나델라는 이 과정을 “세대적 전환(generational platform shift)”으로 표현했다.
시애틀 지역에서도 AI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워싱턴주 킹카운티의 근로자 중 약 30%가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스노호미시 카운티는 35%로 주 내 최고 수준이다. 반면 농촌 지역인 페리 카운티는 3% 미만에 그쳤다.
AI가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시애틀의 사이버보안 기업 F5의 매기 스트링펠로 부사장은 “AI는 내게 흥미로운 도구일 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업무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레고 설계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기술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한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는 “코파일럿(Copilot)을 자주 사용하지만 결과물을 손보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며 “AI가 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대를 맞아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AI 혁신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일의 방식과 사람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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