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의 역사…미국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자취 감춘 ‘거대 직업’들

미국 노동통계와 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때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뤘던 주요 직업들이 세월과 함께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9세기 중반까지 가장 흔했던 농부, 제화공, 대장장이 등 전통 직업군이 21세기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산업화와 기술혁신,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가 직업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셈이다.
미네소타대의 인구통합공공데이터(IPUMS)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1860년 당시 자유인 노동자의 32%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현재는 전체 노동력의 0.3%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한 비중 감소를 넘어, 전체 인구가 20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농업 종사자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당시 대부분의 주에서 가장 흔한 직업은 ‘농부’였다. 그러나 대공황과 더스트보울(Dust Bowl·1930년대 미국 중서부의 극심한 가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농업은 제조업에 자리를 내줬다. 1990년대 이후 공장이 문을 닫자 제조업 종사자는 소매업 종사자에게 자리를 넘겼고,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소매업마저 감소세를 보이며 전문직·사무직이 주요 직종으로 부상했다.
광부의 감소도 두드러진다. 한때 전체 노동력의 2.5%를 차지했던 광업 종사자는 현재 0.1% 수준으로 줄었다. 제화공, 재단사, 선원, 방앗간 주인, 석공 등도 과거에는 100명 중 1명꼴로 존재했지만, 현대 산업구조에서는 거의 사라진 직종이 됐다.
특히 신발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던 제화공은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50명당 1명꼴로 존재했으나, 신발 공장의 등장 이후 사실상 멸종했다. 1894년 미시간대 연구자가 발견한 제화공의 일기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업했지만 결과는 훌륭했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당시의 느긋한 수공예 노동이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전환’으로 정의한다.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노동자가 공장으로 이동했고, 이후 공업의 생산성이 오르자 서비스 산업이 성장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로 인해 서비스업 종사자마저 감소하며, 정보·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데이터는 ‘자유 노동자’를 기준으로 분석된 것으로, 당시 미국 인구의 13%를 차지하던 노예 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노예 제도 역시 미국의 초기 경제 구조와 직업 분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역사학자 그웬돌린 미들로 홀이 구축한 ‘루이지애나 노예 데이터베이스’에는 1719~1820년 사이 노예로 등록된 약 10만 명의 기록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는 농업노동자 2천여 명, 대장장이 188명, 통역사 33명, 심지어 ‘치아 뽑기 기술자’로 분류된 이들도 있었다.
이처럼 미국의 노동 역사에는 ‘사라진 직업의 경제사’와 ‘지워진 사람들의 노동사’가 함께 존재한다. 농부에서 코딩 개발자로, 노예 노동에서 디지털 노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산업의 진화이자 인간 노동의 재편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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