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 동전이 없어”…트럼프 ‘1센트 폐지’ 여파에 전국적 혼란
미국 전역에서 ‘1센트(페니·penny) 동전’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초 1센트 동전 생산 중단을 전격 결정한 이후, 상점과 은행이 잔돈을 맞춰줄 동전이 바닥나면서 유통·소매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미 일간지와 지역 방송들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편의점과 은행들은 최근 몇 주째 페니가 동나면서 고객들에게 정확한 거스름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주에 본사를 둔 편의점 체인 ‘시츠(Sheetz)’는 고객들에게 “페니 100개를 가져오면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이벤트까지 열었다. 또 다른 소매업체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결제액을 반올림해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만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미국소매연맹(NRF)의 정부관계 담당 임원 딜런 전(Dylan Jeon)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동전 부족이 아니라, 국가 상거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9일, “국가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며 페니 생산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미 조폐국(U.S. Mint)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1센트 동전 한 개를 만드는 데 3.7센트, 5센트 동전(니켈)은 13.8센트가 소요돼 액면가보다 생산비가 더 높은 상황이었다.
재무부는 5월 페니 제작에 쓰이는 구리·아연 원판(플랜쳇)의 마지막 발주를 마쳤고, 6월을 끝으로 생산을 종료했다. 이후 8월까지 배포된 마지막 물량이 현재 유통 중인 전부다.
루이지애나주 개런티 뱅크앤드트러스트(Guaranty Bank & Trust)의 트로이 리처즈 행장은 “8월 이후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페니 공급이 중단됐다”며 “보유하던 1,800달러어치 동전이 2주 만에 동났다”고 말했다.
조폐국은 지난해 32억3,000만 개의 페니를 발행했지만, 문제는 이들 동전이 거의 재순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페니를 유리병에 모아두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경제로 되돌아오는 비율은 극히 낮다.
연방준비제도 산하 170개 동전 유통터미널 중 약 3분의 1이 현재 페니 입출금 업무를 중단한 것도 공급난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페니가 남아돌고, 다른 지역에서는 완전히 바닥나는 ‘동전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연준 대변인은 “재무부의 생산 중단 결정 이후, 각 지역의 페니 재고가 소진되는 속도에 따라 유통망 운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부 주에서는 현금 거래 시 금액을 상향 반올림하는 것이 불법으로 간주돼, 소매점들이 모두 하향 반올림(내림)으로 계산하고 있다.
중서부 편의점 체인 ‘퀵트립(Kwik Trip)’은 모든 현금 결제액을 가장 가까운 5센트 단위로 내림 처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만 연간 약 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부 매장은 잔돈 대신 지역 자선단체 기부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한편, 미 의회에는 ‘커먼 센츠 법(Common Cents Act)’이라는 법안이 발의돼 있으며, 이 법은 현금 거래 시 결제 금액을 가장 가까운 5센트 단위로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매·은행 업계는 페니 부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전국편의점협회(NACS)의 제프 레너드 대변인은 “우리는 30년 동안 페니 폐지를 주장해왔다”며 “다만 이번처럼 정부의 아무런 준비나 가이드라인 없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치적 결정의 졸속 추진이 경제 현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사례”라며, 향후 유통망 조정 및 반올림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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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Yahoo Fina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