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이들은 왜 캄보디아로 가는가?
동남아 국가들은 저렴한 물가와 한국과 근접성으로 부담없이 해외 여행지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동남아 국가들이 한때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캄보디아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청년들의 새로운 탈출구처럼 보였다. 고물가, 고금리, 취업난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젊은이들에게 “해외 고수익 일자리”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SNS에는 “월 천만 원 보장”, “숙식 제공”, “경력 무관” 같은 광고가 넘쳐났다. 낯선 땅에서라도 기회를 잡겠다는 순수한 희망이, 누군가에게는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마약 거래 등에 강제로 동원되거나, 심지어 살해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현지 범죄 조직들은 그들을 속여 ‘콜센터 직원’, ‘IT 관련 업무’ 등으로 고용하는 척하며, 여권을 빼앗고 감금·폭행을 일삼았다. 도망치려는 이들은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신체적 고문 끝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범죄 조직의 표적이 중국인이나 현지인이 아닌 ‘한국 청년’이 되었을까?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한국 젊은이들은 비교적 **고학력자이면서도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세대**다. 영어와 컴퓨터에 익숙하고, 온라인 업무에 능숙하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런 배경은 ‘해외 고소득 아르바이트’라는 미끼에 쉽게 걸리게 만든다.
둘째로, **한국 사회의 디지털 문화**가 오히려 범죄 조직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SNS, 유튜브, 구인 플랫폼 등을 통해 정교하게 조작된 홍보물이 퍼지면서, 젊은이들은 ‘리뷰’와 ‘인증샷’을 신뢰하며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 내 부패한 권력 구조**가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일부 관리들은 돈을 받고 인신매매나 불법체류를 눈감아주며, 중국계 자본과 결탁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한국의 청년 노동력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거래한다.
비극은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다.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정규직 취업 문턱은 높고, 노력만으로는 계층을 넘기 어렵다는 체념이 청년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선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이, “어디든 기회만 있다면 가겠다”는 절박함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떠난 길이 낭만이 아닌 지옥문이었다.
캄보디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희망을 꿈꾸던 청춘들이, 부패와 폭력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들을 삼킨 건 낯선 땅의 잔혹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불안과 절망의 구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고문이 아니다. 청년들이 ‘해외의 환상’이 아니라 ‘국내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다. 정직하게 일해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캄보디아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집어삼킬 것이다.
결국, 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은 왜 캄보디아로 가는가?”가 아니라,
“왜 그들이 한국에 머물 수 없었는가?”로 말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