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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행사에 술잔 파티룩, 핑크리본을 모르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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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KReporter
Date
2025-10-17 07:04
Views
9

美 국민 아역배우 템플 유방암 첫 고백, NYT·AP '역사 전환점'

포드 대통령 부인, 잉그리드 버그만 동참, '몹쓸 병' 인식 개선

1985년 '유방암 인식의 달' 제정…1990년대 '핑크리본' 운동 확산

국내 행사 '연예인 술 파티' 논란…"유방암 투쟁의 역사 되새기길"


 

1972년 2월, 미국의 국민 아역배우 셜리 템플(1928~2014)은 스탠퍼드 의대 병실에 기자들을 불렀다. 왼쪽 유방을 절제하는 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말했다.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의사를 찾아가세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뉴욕타임스와 AP 통신은 '건강 소통의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녀의 발언은 그만큼 혁명적이었다. 여성성의 일부를 잃는다는 사실보다 '몹쓸 병에 걸린 여자'라는 사회의 시선이 두려운 시대였다.



유방암 인식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들

유방암 인식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들

W코리아 인스타그램




템플이 금기를 깬 첫 선언 2년 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가 언론 앞에 섰다. 자신 역시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두려워하고만 있지 말라"며 유방암 정기 검진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 안주인의 담대한 호소는 미국을 넘어 지구촌에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들이 병원을 찾기 시작했고 조기 검진이 생명을 구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세상은 그 변화를 '베티 포드 효과'라 불렀다.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한 만인의 연인 잉그리드 버그만도 유방암의 편견을 무너트린 전사였다. 1973년 유방암 수술 후 암이 재발했지만, 1982년 67세 생일날 세상을 떠나기까지 연기를 이어갔다. 전신에 암이 전이돼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들의 용기들이 모여 1985년, 미국 암학회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손잡고 10월을 '유방암 인식의 달'로 지정했다.



유방암 투쟁의 전사 잉그리드 버그만

유방암 투쟁의 전사 잉그리드 버그만

1942년 개봉작 카사블랑카의 주연 버그만.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스웨덴 출신의 버그만은 만인의 여인으로 사랑받게 된다. [자료사진]




1991년엔 자선가 샬럿 헤일리가 복숭아색 리본을 만들어 유방암 연구 기금 확대를 호소했고, 이듬해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 창업주의 며느리인 에블린 로더가 그 리본을 '핑크'로 바꾸며 전 세계 매장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유방암 생존자였던 그녀는 유방암연구재단을 설립해 핑크리본을 여성 연대의 상징으로 만들어냈다.

올해 10월에도 전 세계 도시와 화장품 매장이 핑크빛으로 물든다. 곱슬머리 천사로 불린 영원한 아역 배우의 고백, 백악관 안주인의 용기, 할리우드 배우의 품위, 자선 활동가와 글로벌 기업의 행동이 빚어낸 연대의 색이다. 여성들은 40년 유방암 인식의 역사를 통해 또 하나의 진보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유방암 인식 캠페인

유방암 인식 캠페인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2005 유방암 자각 캠페인'에 참가한 시민들이 유방암 예방의 상징색인 핑크색으로 된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서명곤/사회/ 2005.10.12 (서울=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한 패션 잡지가 주최한 유방암 인식 행사가 불편함을 남겼다. 술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연예인들, 가슴 깊게 파인 파티룩, 흥에 겨워 누르는 셀카와 그들의 SNS 랠리. '네 가슴에 달려 있는 자매 쌍둥이'라는 노랫소리에 정작 행사장엔 핑크리본 하나 없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유방암 환자는 병이 완치된 뒤에도 술을 할 수 없고, 가슴 성형술이 발달했다고 하나 파티룩은 엄두를 못 낸다. 선의로 마련된 행사이긴 하나 여전한 주변의 그릇된 시선과 항암으로 고통받는 환우와 재발의 두려움에 떠는 생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별생각 없이 참석했을 연예인들에게 잘못을 물을 일이 아니다. 사실, 핑크리본에 담긴 투쟁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이번 일이 침묵의 병실에서 나온 셜리 템플을 기억하고 핑크리본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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