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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 술집까지 갖춘 캄보디아 범죄단지…"작은 왕국"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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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porter
Date
2025-10-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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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중국인 사장 밑에 현지인 종업원…감금자들에 물건 비싸게 판매

카지노 빚·마약 중독 '올가미' 씌워 보이스피싱 범죄 강요하기도




캄보디아 최대 범죄구역 '태자단지' 내 중국 포장마차

캄보디아 최대 범죄구역 '태자단지' 내 중국 포장마차

(프놈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최대 범죄 구역인 '태자 단지' 안에 중국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방치돼 있다. 2025.10.17




 

"캄보디아 범죄 단지 '웬치' 안에는 세탁소도 있고 이발소도 있습니다. 심지어 술집까지 있는데요. 없는 게 없어요. 작은 왕국입니다."

웬치는 중국어로 '단지'라는 말인 위안취(园區·원구)에서 나온 은어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범죄 조직이 만든 대규모 '사기 단지'를 말할 때 주로 쓴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불과 지난해까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안팎에서 3대 범죄 단지로 꼽힌 '태자(太子) 단지', 망고 단지, 원구 단지도 모두 이런 웬치였다.

겉모습은 한국에 있는 빌라 단지나 큰 아파트 단지와 비슷하지만, 철조망이 쳐진 5m 높이 담장 안에서는 감금된 조직원들이 책상과 의자를 빼꼭하게 놓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리는 곳이다.

태자 단지와 망고 단지는 워낙 규모가 커 눈에 잘 띄는 프놈펜 도심이 아닌 외곽에 만든 듯했다. 프놈펜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차로 1시간가량 가야 하는 시골에 있었다.

반면 캄보디아 남부에 있는 '카지노 도시' 시아누크빌의 범죄 단지들은 아파트 같은 평범한 건물 곳곳에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특히 중국인 부호가 운영하는 호텔이 많은 시아누크빌에는 카지노와 연계된 웬치가 많았다.

며칠 전 시아누크빌에서 만난 한 교민은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수익 해외 취업'이라고 유인해 한국에서 데려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 카지노에서 돈을 잃게 만든 뒤 빚을 씌워 웬치로 데려가기도 한다"며 "감금한 뒤에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해서 돈을 갚으라고 강요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인이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아누크빌의 한 범죄 단지 밖에는 카지노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태자단지 내부 대규모 식당



태자단지 내부 대규모 식당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에 식당이 마련돼있다. 2025.10.16 dwise@yna.co.kr




시아누크빌 카지노에는 3가지가 없었다. 창문, 시계, 거울이다.

도박자들이 카지노 밖을 볼 수 없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고, 돈을 잃어 피폐해진 자기 얼굴도 못 보게 해서 카지노에 빠지게 만드는 '영업 수법'이다.

캄보디아 교민들은 이런 웬치가 하나의 '작은 왕국' 같다고 입을 모았다.

촘촘하게 붙은 합숙소와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세탁소와 이발소에 술집까지 갖춘 곳이 많다고 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범죄 단지의 경우 한 곳에서만 관리자와 감금자를 모두 합쳐 4천∼5천명이 계속 머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한국 정부합동대응팀과 함께 태자 단지를 처음 돌아봤을 때 내부에 중국어 메뉴판을 붙여 놓은 포장마차도 있었다.

웬치 안에 있는 상점들은 대부분 중국인 총책에게 고용된 중국인 사장이 운영한다. 비교적 인건비가 싼 캄보디아인을 종업원으로 둔다.

범죄 단지 내 상점 사장들은 감금된 채 생활하는 보이스피싱 가담자들로부터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음식이나 물건을 팔고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창수 시아누크빌 한인회장은 "웬치 밖에서는 10달러(약 1만4천원)도 안 하는 샴푸를 100달러(약 14만원) 받고 파는 식"이라고 말했다.

웬치에서는 카지노 빚뿐만 아니라 마약도 감금자들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수단이다.

억지로 마약을 투약하게 해 중독되게 만든 뒤 비싼 돈을 받고 다시 마약을 파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20대 한국인 대학생 A씨도 사망하기 전 마약 흡입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웬치에서 한국인 여러 명을 구조한 적이 있는 재캄보디아 한인회 관계자는 "마약을 투약시켰다가 나중에 사망하면 병원에 돈을 주고 사인을 '심장마비'로 바꾸기도 한다"며 "여기서 사인 바꾸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이 작성한 A씨 사망 확인서에 적힌 사인도 심장마비였다.

현지 한인회 등의 도움으로 웬치에서 탈출하면 운이 좋은 경우라고 했다. 태국이나 라오스 국경 인근에 있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는 암매장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웬치 안에서 보이스피싱이나 스캠(사기) 일을 못 하겠다고 하면 고문을 당하거나 다른 단지로 팔려 간다"며 "운 좋게 웬치에서 빠져나와 도주해도 현지 경찰이나 현지인 택시 기사에게 돈을 주고 수배를 내려 공항에서 한국인을 다시 잡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망고단지' 모습



캄보디아 범죄단지 '망고단지' 모습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의 모습. 2025.10.16 dwise@yna.co.kr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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