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을 떠나는가?
“미국에 가면 기회가 있고, 내 미래를 펼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이민자들, 특히 한국인 이민자들에게 미국은 그렇게 상징되어 왔다. 교육 기회, 경제적 번영, 자유와 평등의 이상 등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요약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넜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개념은 1931년 제임스 트러스로우 아담스의 저서 [아메리카의 서사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이를 “능력과 성취에 따라 모든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삶이 더 나아지고 풍요로워지는 땅에 대한 꿈”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100여 년이 흐른 지금, 많은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매혹적이기 보다 갈수록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이런 기대를 거두고 다시 돌아가거나, 금전적·정서적 불안으로 귀국을 고려하는 이른바 역이민 현상이 점차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미국 사회가 처한 구조적 난관을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 역이민의 규모와 양상
먼저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흐름을 보면 다음과 같다.
Pew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미국 내 외국 태생 인구는 1백 만 명 이상 감소했으며, 이는 1960년대 이후 최초의 순 감소 흐름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과거 미국·캐나다 등 해외로 흩어진 한국인 중 귀환을 택하는 ‘역이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컨대 최근 한 해 동안 미국의 한국계 이민자 가운데 9,379명이 한국에서 미국의 사회보장금(사회보장연금 등)을 수령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과거보다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일부 장기 체류자, 특히 비공식 체류자들이 ‘자발적 귀국(voluntary departure)’을 선택하는 사례도 언론에 포착되고 있다.
이처럼 역이민은 아직 전체 이민 흐름에서 크지는 않지만, 그 증가세와 감지되는 배경들은 의미 있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 역이민을 부추기는 요인들
역이민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우선 경제 비용과 생활 수준의 압박이다. 미국 내 생활비, 의료비, 교육비 등이 계속 오르면서, 특히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 재정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가장 중요한 건강관리가 어려운 문제이다. 미국의 의료제도는 한국과 너무 큰 차이로 특히 중산층들에게는 큰 부담이 따른다
두번째 정체성과 소속감의 위기감이다. 미국 사회 속에서 소수자로서 겪는 차별, 문화적 고립감, 언어 장벽, “미국인처럼 살면서도 완전히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정체성의 갈등이 종종 거론된다.
이는 특히 1.5세대나 2세대 이민자, 또는 한국어 능력 등이 약화된 자녀 세대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세번째는 무엇보다 한국 측의 매력 요인이 크다. 한국도 경제 성장, 사회 기반 시설 확충, 삶의 질 개선 등을 통해 귀환을 유인할 여건이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접근성, 교통망, 문화 기반 등 사회보장제도가 강화되고 있고, 세계화된 사회라는 인식이 역이민 결정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민 정책 변화와 불안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이민 정책 강화, 엄격한 단속, 불확실한 체류 지위, 비자 연장 어려움 등이 이민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예컨대 최근 미국 내 대규모 체포·단속이 여러 산업 현장에서 발생했으며, 그 영향을 받은 한인 근로자들이 귀국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이민자 감소는 경제 성장 둔화를 야기하게 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이민이 미국 경제에 순이익을 준다고 평가해 왔다. 또한 미국 이민자 인구 감소는 내수시장 축소, 기업 경쟁력 약화, 혁신 역량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은 단순한 인구 유입을 넘어 소비, 창업, 혁신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민자의 감소 또는 역이민은 내수 압력 약화, 기업 확장 둔화, 기술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고령화 사회 진입, 베이비붐 세대 은퇴, 출생률 저하 등으로 노동력 부족과 연금·복지 부담 증가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민자들은 오랫동안 건강관리, 농업, 건설, 돌봄 서비스 등 필수 분야에서 인력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 왔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은 2021~2024년 미국의 이민 급증이 성장의 한 동력이었다고 보며, 앞으로 이 흐름이 꺾이면 성장 엔진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민 흐름이 역전된다면, 일부 산업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
이렇게 개인의 선택 이면에는 미국 사회가 직면한 본질적 도전들이 있다.
역이민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촉매가 된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