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셧다운시 대규모 해고 지시…민주당 "협박 시도"
'무급휴직' 아닌 '영구해고' 카드…셧다운 위기 고조 속 강공책
미국 워싱턴DC 건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연방 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에 대비해 각 기관에 대규모 해고 계획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AP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 30일인 내년도 연방 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을 볼모로 삼아 민주당에 대해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OMB는 러셀 보트 국장 명의로 작성된 메모에서 각 기관에 다음 달 1일부로 자금이 소멸하고 대체 재원이 없으며 "대통령의 우선순위와 일치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이에 속한 직원들에 대해 인력 감축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과거의 셧다운은 국방, 치안 등과 관련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연방 공무원들에게 무급 휴직을 주고 셧다운 종료 후 복귀시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언급된 인력 감축안은 일자리를 아예 영구적으로 없애는 것이어서 훨씬 더 강력하고 위협적이다.
이는 셧다운이 초래할 결과를 극대화해 민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OMB는 메모에서 "우리는 민주당이 셧다운을 유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위에 명시된 조치들이 필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또한 과거 OMB는 셧다운 비상 계획을 웹사이트에 게시했지만 이번에는 연방 정부 자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이례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CNN은 지적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다음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셧다운을 막고자 7주간 현 수준의 연방 정부 지출을 유지하는 취지의 임시 예산안도 지난 19일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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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삭감한 메디케이드(저소득층·장애인 대상 의료 서비스)와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 예산 복원을 원하지만, 공화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상원에서 53석을 확보한 공화당은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얻기 위해선 민주당(47석)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의회에서 예산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경우 중간 지점을 찾아 타협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소수당인 급진 좌파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당일 예정됐던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돌연 취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최초 보도를 통해 OMB 메모가 공개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당신의 대규모 해고 위협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며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보트 OMB 국장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정치꾼"이라고 비난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OMB 메모가 "협박 시도"라며 "이 불필요한 해고는 법원에서 뒤집히거나 결국 행정부가 직원들을 다시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MB가 예고한 연방 공무원의 대량 해고는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예산관리국 고문으로 일한 바비 코건 미국진보센터 선임국장은 "법적 문제와는 별개로 이는 국가에 막대한 자해적 행위기 될 것이며 불필요하게 인재와 전문성을 잃게 만드는 것"이라며 "'예산 싸움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으면 국가에 해를 끼치겠다'는 강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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