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값·대출금리·보험료 동반 상승…‘내 집 마련’ 더 멀어졌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액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차인과 주택 소유자 모두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주거비 인상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미국 지역사회조사(ACS)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의 월평균 주거비(모기지·보험·재산세·기타 비용 포함)는 물가를 반영한 기준으로 2,03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1,960달러보다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새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월 대출 상환액은 2,225달러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대출 보유 가구의 중앙값(1,521달러)을 크게 웃돌며, 불과 3년 전 신규 구입 가구 대비 20%나 늘어난 것이다.
임차 가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대료와 공공요금을 합친 월세 중앙값은 1,307달러로 전년 대비 4.1% 올랐다.
전문가들은 높은 금리와 제한된 주택 공급, 상승하는 보험료·관리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거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엘 버너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모기지 금리, 보험료, HOA(주택소유자협회) 비용 모두 상승하며 심각한 주거비 압박이 발생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주택 소유율이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모기지 금리는 2022년 이후 급등해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비록 연준이 지난해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택보험 연간 비용은 지난해 5.3% 올라, 특히 대형 주택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미국 전체 주택 소유자의 약 4분의 1은 HOA 비용을 부담했으며, 네바다·플로리다·애리조나에서는 절반 가까이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득 증가가 이런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구조사국은 2024년 가계 중위소득이 실질적으로 2019년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설사 좋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해도 각종 부대비용이 겹치면서 가계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는 하와이(중앙값 87만5,900달러), 캘리포니아(75만9,500달러), 워싱턴 D.C.(73만3,400달러)가 가장 비싼 주택 시장으로 꼽혔으며, 이들 지역 주택 소유자의 월평균 주거비는 약 3,000달러에 달했다. 반면 플로리다·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 등 남부 주에서는 최근 1년 사이 월 주거비 상승폭이 가장 컸다. 플로리다는 2024년 한 해 8% 급등해 2,168달러에 이르렀다.
한편, 모기지를 모두 상환한 ‘완전 소유’ 주택은 지난해보다 90만 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버너는 “저금리 대출을 확보한 가구가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거나, 고소득층이 현금을 일시불로 내고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소득 양극화가 주택 시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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