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ford의 정부지원금 거부 및 legacy 유지 결정, 무슨 뜻?
안녕하세요, 제이강입니다.
작년에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주의 사립 대학교들이 레거시 (legacy) 및 기부자 (donor) 에게 입시에 특혜를 주는 정책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이 법안은 올해 9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새로운 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대상은 응당 Stanford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였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Stanford는 입학정원의 13.8%, USC는 무려 14.4%가 legacy였을 정도로 두 학교는 legacy/donor admission에 가장 크게 의지하는 학교들이니까요.
법을 따르자니 학교 운영의 근간이 되는 막대한 ”수입원“을 자발적으로 버려야 하고, 법을 거스르자니 (연 400만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정부 지원금을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기부금에 대한막대한 세금도 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 이쯤되면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탑티어 엘리트 대학교들이 먼저 정책에 반응해 움직이고, 다른 대학교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후발로 참여하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 두 학교, 특히 Stanford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촉각을 세워왔습니다.
그러던 중, 법안의 효력이 발동하기까지 3주 정도를 앞두고 지난주 Stanford는 “정부지원금을 포기하는 대신 legacy/donor admission을 유지하겠다”며 주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과감하게 발표했습니다. 나아가 (전에 예고해드린 대로) SAT/ACT 등 표준화 시험 점수를 필수요소로 내년 입시부터 복귀시킨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선, Stanford가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것에 따른 부정적 PR를 고려해도) legacy/donor admission이 연간 75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Stanford처럼 탄탄한 커리어 파이프라인 (aka 실리콘밸리)이 있는 학교라면 굳이 정부의 영향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 됩니다. 학생을 졸업시켰을 때 그 학생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질 수 있게 해줄 자신이 그만큼 있고, 그 학생이 성공 후 학교에 페이백을 하게끔 인도할 자신도 그만큼 있다는 것이니, 정부의 지원 (그리고 그에 따른 규제)는 거부할 여력이 된다는 것이죠.
좀 더 깊이 들어가서 해석하자면, “다수의 다양한 계층 학생에게 균등하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마느니, 차라리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학교 운영에 이득”이라는 다소 섬뜩한 판단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종합대학교로서 전통적인 ”고등 학업의 장“ 역할을 희생해서라도 ”첨단 취업양성소“ 역할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원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이 관점에 맞춰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TEM 학생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고등학교 내내 얼마나 살벌하게 공부를 했고 얼마나 빡세게 코딩을 했는지 등을 열심히 거론하기보다는 자신이 왜 남들보다 졸업 후에 성공해서 학교에 이바지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나 할까요. 마치 TV에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가치는 떨어졌고, “어떻게 다듬어져서 몇 캐럿짜리가 될 건지 예상이 가능한 수준”의 참가자를 원하고 있는 거랑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제가 지난 4월에 Harvard, Stanford 등 5개 명문대학교 입학담당관과의 조찬 미팅 후기에서 정리해드렸던 “Competitive와 Compelling의 차이”와 그야말로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탑티어 대학교들이 원하는 인재는 ‘공부 선수’가 아니라 ‘성공 유망주’입니다. 물론 “legacy”는 ‘성공 유망주’임을 증명하기에 손쉬운 “특수기술”이라고 할 수 있으니, 옵션이라면 입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아주 적기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결정으로 인해 장학금 제도에 대폭 변화가 있을 거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끊기니 need-based scholarship을 제공하기는 어려워진 반면, 얽힌 규제가 없어지니 학교 재정을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어 merit-based scholarship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저소득층이지만 뛰어난 학생들에게는 진학의 문턱이 부쩍 높아진 반면 전략적으로 ‘성공 유망주’임을 보여줄 수 있으면 이런 학교들끼리 서로 장학금을 주고라도 모셔 가고자 하는 일종의 ‘비딩 (bidding)’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요즘 제 학생들을 데리고 상당히 재미를 보고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학년이 이제 곧 시작됩니다.
굉장히 많은 것들이 계획되고 준비되고 있는 Academic Year 2025-26이기에 저 또한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새 학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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