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대좌 李대통령…안보·통상 파고 넘어 '국익수호' 총력
관세협상서 미뤄둔 '동맹 현대화' 등 안보의제, 본격 논의 테이블에
대미 추가투자·비관세 장벽 등도 쟁점 가능성…첫 관계설정도 관건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이뤄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및 통상과 관련한 민감한 의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타결한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을 정상회담에서 확정 짓기로 예고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거나 '안보 청구서'를 내밀며 이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앞에서 국익을 최대한 지키면서도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고 발전시킬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기 위해 정상회담 직전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안보 청구서' 어디까지…국방비 증액·주한미군 유연성 등 거론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는 앞서 관세협상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던 안보 의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은 이른바 '한미동맹 현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 및 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완전히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 속에 한반도의 안보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며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미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인용, 미국이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6%에서 3.8%로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는 방안을 요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역량"이라며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국방비 지출 확대를 관세협상의 지렛대로도 검토하는 등 증액에 열려 있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보도대로라면 미국이 50%에 가까운 인상을 원하는 셈이기에 협상이 간단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의 경우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직결되는 문제로,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이런 의제들을 양국 실무선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루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의안 심의 준비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안 심의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25.8.11 hihong@yna.co.kr
◇ 트럼프가 발표한 "큰 액수 투자" 얼마나…온플법 등 문제 제기 가능성도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과제다.
앞서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를 발표하면서 "추가로 한국은 1천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이 액수는 이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3천500억 달러의 투자처와 방식 등 모호하게 남아 있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두고도 양국 간 추가 논의가 이뤄져야 할 지점이 적지 않다.
협상 타결 이후 쌀과 소고기의 추가 개방 여부를 두고 한미 간 설명에 미묘한 온도 차가 노출된 만큼 정상회담 과정에서 관련 의문이 명확하게 해소되느냐도 주목받을 수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관세협상에서 미뤄뒀던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의 '비관세 장벽'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다시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는 관세협상 이후로도 농산물의 검역 절차 개선, 자동차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 사안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 추진,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 여부 등도 미국 측이 '디지털 비관세 장벽'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쟁점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G7·나토 등서 거듭 조우 불발…관세협상 타결로 첫 정상회담 급물살
첫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를 혼란 속에서 흘려보낸 점을 감안해 조속한 회동을 추진했다.
이에 취임 직후 열린 다자간 정상회의 무대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 했으나 외부 상황 탓에 거듭 불발됐다.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정세 불안을 이유로 일정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같은 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의 경우 이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고려해 고심 끝에 가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나토, 인도·태평양 4개국(IP4) 회동에 불참했다.
결국 지난달 내내 이어진 관세협상 타결이 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다.
첫 만남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만큼 이 대통령이 앞선 정상외교 자리에서 보인 것 같은 친화력을 발휘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될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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