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역 끝났는데 또 구금” 워싱턴주 이민자들, ‘이중 처벌’ 실태에 분노
워싱턴주의 교정시설에서 형기를 마치고 풀려난 이민자들이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 다시 붙잡혀 구금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민자 가족들과 인권단체들이 “이중 처벌”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타코마에 위치한 ‘노스웨스트 ICE 처리센터’(NWIPC) 앞에서는 지난 7월 중순, 이민자 가족들과 이주민 권리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부당한 구금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은 수감된 가족이 안에서라도 외부의 기도와 구호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모였다.
15년간 폭행 혐의로 복역한 테크 킴리스 씨는 지난 5월 석방될 예정이었지만, 출소 당일 ICE 요원들에 의해 다시 구금됐다. 그의 가족은 석방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예정에 없던 이민구금으로 계획이 모두 무산됐다.
킴리스 씨는 태국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캄보디아계 난민이자 미군 참전용사이며, 미국 영주권자다. 킴리스 씨의 가족은 “사회에 복귀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ICE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며 “법적 형벌을 다 마친 사람에게 또다시 자유를 박탈하는 건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워싱턴주는 2019년 제정된 ‘워싱턴주 근로자 보호법(Keep Washington Working Act)’에 따라 지역 경찰이 ICE에 협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 교정국(DOC)은 법 적용 예외로 분류돼 ICE에 수감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법안 통과 당시 주의회가 정치적 타협으로 삽입한 조항이다.
DOC는 수감자 입소 시 이민 신분을 확인하고, 해당 정보를 연방 당국에 주기적으로 보고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ICE는 이민 구금 명령(detainer)을 걸 수 있으며, 형기 종료와 동시에 수감자를 다시 인계받는다.
DO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형기를 마친 이민자 61명 중 51명이 ICE에 인계됐다. 이는 2023년과 2024년 수준과 비슷한 수치다.
DOC 대변인은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아무 제약 없이 거리에 풀리는 데 대해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며 “이 문제는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ICE 구금 대상은 불법체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킴리스 씨처럼 영주권자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캄보디아계 난민인 매니 우치 씨는 1994년 강도 사건의 도주 차량 운전자로 기소돼 복역했다. 당시 그는 18세 청소년이었고, 미국 영주권자였다.
우치 씨는 3년의 형기를 마친 뒤에도 ICE 구금 명령으로 2년 반을 더 구금됐다. 당시 캄보디아 정부는 강제송환을 거부하고 있어 추방은 불가능했지만, 석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범죄에 대한 대가를 이미 치렀는데, 이민자라는 이유로 다시 처벌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석방된 그는 2010년, 워싱턴주 크리스틴 그레고어 전 주지사로부터 사면을 받았고, 2021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돕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감옥은 출소일이 정해져 있고 갱생 프로그램도 있지만, ICE 구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민 구금 시스템은 교정이 아닌 억류에 초점이 맞춰진 수용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킴리스 씨의 가족은 현재 그가 국외로 추방될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ICE는 해당인의 출신국이 아니더라도 받아주는 국가가 있다면 추방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우려는 더 커졌다.
이 판례에 따라, 살인 혐의로 20여 년을 복역한 후 석방된 투안 판 씨는 ICE에 의해 구금된 뒤, 아무 연고도 없는 남수단으로 추방됐다. 그의 아내 응옥 씨는 7월 집회에 참석해 이 같은 상황을 공유하며 “이제는 기도밖에 할 수 없다”고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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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KING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