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는 여전히 우리를 보고 있다 – 조지 오웰 『1984』와 2025년 지금 이 순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작이자,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개인은 감시받고 통제받으며 살아간다. ‘빅브라더’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국민을 감시하고, ‘사상경찰’은 생각 자체를 범죄로 간주한다. ‘진리부’는 기록을 조작하고, 역사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쓰인다.
오웰은 이러한 현실을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사람들은 스스로 모순을 받아들이고 비판하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은 1949년에 쓰였지만, 2025년의 오늘을 조망하는 듯한 묘한 현실감을 갖는다.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우리는 지금,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우리의 스마트폰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고, 우리가 방문한 장소는 GPS를 통해 고스란히 남는다.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에는 위치 정보와 시간, 사람들의 반응까지 저장된다. 우리가 검색한 단어, 클릭한 뉴스, 멈춰서 오래 본 영상은 곧 ‘관심사’로 분류되고, 기업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를 송출하고 행동을 유도한다.
더 나아가, 일부 정부는 범죄 예방과 치안 강화를 명목으로 시민들의 얼굴을 식별하고, 대중교통 이용 패턴을 추적하며, 시민 등급을 매기는 실험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감시가 우리도 모르게, 혹은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 역시 자유롭지 않다. 오웰이 말한 ‘뉴스피크(Newspeak)’와 ‘진리부’는 오늘날의 가짜 뉴스, 정치적 선동, 알고리즘에 의해 필터링된 뉴스 피드 속에 살아 움직인다.
클릭 수와 감정 자극이 정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반복된 거짓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게 되고, 짧고 자극적인 문장만을 소화하는 상태로 퇴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기술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며,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잊고 살아가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오웰은 『1984』를 통해 단지 전체주의 국가의 공포를 그린 것이 아니라, 그런 체제에 맞서지 않는 인간의 ‘무관심’과 ‘순응’에 더 큰 경고를 보냈다.
『1984』는 결국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자유는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점검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다. 지금 이 순간, 얼굴 없는 빅브라더는 더 정교한 기술과 더 친절한 UX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침묵하는 그 틈에서 그는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온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깨어 있는 시선’이다. 감시와 조작의 시대에 진짜 자유를 지키는 방법은, 결국 우리 스스로 묻고 저항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오웰의 경고는 지나간 허구가 아니라, 오늘을 위한 현실의 거울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