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필 내리고 있는 마눌의 뒷태를 보면서
역쉬 가을도 미젠 다른가봐.
한국은 지금 나랄 푸욱푹 쌂는다는데
여긴 조석으로 바람이 사알살 냉혹해지는 걸 봄
역쉬 원치 않게 나이만 먹혀진 우리 또래의 어르신들에겐
가을은 뭐니뭐니해도 미제가 최고여 이?
그렇지만 안 장점도 있는 것 같아.
왜 우울하게
벌써부터 나뭇잎 몇 장씩은
노르스름하게 빛을 잃어가는지
노르스름해진 날 보는 것 같아
우기의 비도 비지만 비보다도 잎이 더 우울한 요즘
씨애틀의 또 하나의 안 장점이
이른 미제 가을이란 주장을 펴봐.
무튼,
그 우울한 잎 몇장을 보면서
노르스름해지는 날은 안 오고,
에버그린, 영원히 영원히 푸르기만 할 거란 생각으로 가득찼던
철없이 푸르기만하던 시절로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 봤어.
마눌과의 결혼을 유노해주십사 첫인살 가는 날
혹시나 처갓덕 좀 볼까곤 기대충만해져 갔더니
전주하고도 전주천을 건너
중화산동으로 가는 굴다리옆에 집이 있는데
아, 쓰바.
결혼이고 나발이고 빠꾸해서 집에 가고 싶더라고.
계절론 늦여름였는데
집은 벌써 가을을 타느라 노르스름해
조그만 가을비에도 흘러내릴 것 같더라고.
순간 생각이 들길
외려 처가가 아차하면 사위덕을 보게 생겼더라고.
그러니 안 빠꾸하게 생겼어?
해 돌아서려는데 마눌이 옷소맬 땡겨.
"앤?"
지대루 물렸던 거지.
.
.
.
.
.
어이, 야, 너.
그 누구여.
그가 그러는데,
부부사이가 친한 사람들은 저렇게 안 부른대.
별칭, 애칭이 있다대?
꿀돼지~~~ 마나님~~~ 하니~~~ 이쁜이~~~
등등 뭐 이런 애칭 이?
너언?
야.
지?
무튼,
혹자들은 마눌의 고향을 따라
논산댁이니 연무대댁이니 강경댁이니도 한다더라구.
게 애칭인 진 모르겠지만 그런대.
하도 자연스러워서 몰랐었는데
저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내가 마눌이 굴다리 옆에 살았다고
굴다리댁~~~
그리 부르고 있었더라고.
아, 말은 안 했지만 그럴 때마다
마눌이 얼마나 듣기싫었을까?
어려선 어쩌면 백마탄 왕자, 칼님이 나타나 절 채가
굴다리가 있는 그 동네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팠을 찌도 모르는데
난 그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아물지 못 하게 틈만 나면 불러댔으니
가끔 마눌이 나더러
늙으면 보자.
가 굴다리댁, 것 때문에 앙심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무튼 불쌍도 해라.
나 하나 믿고 여태 살고 있는데
그런 그에게 난 상처만 주고 있었으니 ......
찡하니 가슴이 아파오더라고.
후회만 하면 뭐해 당장 바꿔야지.
해 바꿀 호칭을 구상중야.
야.
라는 너 말고
넌 무슨 애칭을 쓰니?
.
.
.
.
.
허준의 명심보감을 봄
다리아픈 이들을 위한 치료방법이 서술되어 있는데
거기서 눈에 화악 띄는 게 하나 있는데 뭐냠,
이렇게 시작해서야.
본디 남자들은
다리가 세 개.
여서
여자들과 달리 치료가 매우 힘들고 어려우나......
한편,
한국원자력병원 연구진들과
경희, 원광대학교 한의대 교수들로 구성된 석학들이 공동집필한
신 명심보감
을 보면
허준의 명심보감의 의서를 반박하는 치료법이 서술되어 있는데
거기서 눈에 화악 띄는 게 하나 있는데 뭐냠,
이렇게 시작해서야.
본디 남자들은
다리가 세 개.
지만
여자들도
다리가 세 개.
다.
그 다리 하나가 바로
굴다리.
.
.
.
.
.
커필 내리고 있는 마눌의 뒷태를 보면서
그동안 내게 상처만 받고 살았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총맞은 것처럼 아파와
애처로운 마음으로
살며시 마눌을 불러본다.
아, 불쌍한
.
.
.
.
.
굴다리댁~~~
전주분들 생활력 강하고 가정적이고 음식도 잘하고 인정 많던데….나도 그쪽으로 장가를 갔어야했어…부럽습니다
I agree 100%
팔불출이이라 쑥스럽습니다만
비행기한쪽날개
님의 말씀. 백퍼 천퍼 맞는 말씀이고요,
다만,
현재의 부인님이 전주분이 아니라지만
전주분들 이상으로 훌륭하시다는 자랑으로 들려
비행기한쪽날개
님도 저와 같은 과로
팔불출이지 않을까......~~~
무튼 감사합니다.~~~
Thanks for the joke. I need a good laugh. lol
요즘처럼 극심한 웃음가뭄의 시대에
보약보다 더 보약이라는 웃음을 한탕기 드셨다니
제가 보약을 먹은 듯 힘이 솟고 기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