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비행기, ‘보조배터리 규정’ 대폭 강화…전 세계 규제 확산
전 세계 항공사들이 리튬이온 보조배터리(파워뱅크)로 인한 화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규정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발 항공편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노선에서 새로운 제한이 적용되며, 미주 한인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월 부산 김해공항에서는 에어부산 여객기 내부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항공기가 전소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국은 기내 머리 위 수납함에 있던 보조배터리가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해당 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모든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손에 들거나 좌석 주머니에 보관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기내 충전 역시 전면 금지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시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 항공사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 에바항공과 중화항공은 기내에서 보조배터리의 사용 및 충전을 금지했으며, 태국항공, 싱가포르항공, 말레이시아항공, 캐세이퍼시픽 등이 잇달아 같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일본의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보조배터리를 머리 위 수납함에 보관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항공사 중에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올해 5월부터 선제적으로 규정을 강화했다. 탑승객은 더 이상 머리 위 수납함에 보관 중인 보조배터리로 기기를 충전할 수 없으며, 기내 충전은 눈에 보이는 위치에서만 허용된다. 또 최근 중국 민항당국은 중국 안전 인증 마크가 없거나 리콜된 보조배터리는 기내 반입 자체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유럽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리튬 배터리를 수납 전 반드시 분리하도록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사별, 국가별 규정이 상이한 가운데 통일된 국제 기준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충전, 파손, 물 노출, 제조 결함 등에 따라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화하거나 폭발할 수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2023년 미국 내 항공기에서 배터리 관련 사고가 총 84건 보고됐으며, 이 중 보조배터리 관련 사고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항공기 화물칸에 배터리를 보관할 경우 자동 소화 시스템이 화재를 즉시 감지하지 못할 위험이 있어, 대부분 항공사는 예외 없이 리튬 배터리를 기내 휴대 수하물로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내 사용조차 제한되거나 위치 지정 보관이 의무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안전 인증을 받은 정품 보조배터리 사용은 물론, 항공사 별 규정을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행 또는 한국 출발 항공편을 이용하는 한인 여행객은 각 항공사별 안내사항을 확인하지 않을 경우 공항에서 압수, 벌금, 탑승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항공 안전 컨설팅업체 ‘Aviation Projects’의 키스 톤킨 대표는 “기내 화재는 대부분 승무원의 신속한 조치로 안전하게 통제되지만, 여행객들도 전자기기 발열이나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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