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켄서도 반이민 단속 항의 시위 ‘아수라장’…최소 30명 체포, 통금 발령
워싱턴주 스포캔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베네수엘라 출신 망명 신청자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30명 이상이 체포되고 시 전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시위는 5일 오후, 스포캔 ICE 사무소 앞에서 시작됐다. 지역 사회 인사들과 시민들이 모여 21세 베네수엘라인 남성의 구금을 규탄하며 항의에 나섰다. 이 남성은 최근 망명 신청을 마치고 정기 출석을 위해 ICE 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동행한 또 다른 베네수엘라인과 함께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의 법적 후견인인 벤 스터커트 전 스포캔 시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부당한 구금을 막기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 스터커트는 이 남성이 ICE 처리시설이 있는 타코마로 이송되려 하자 트럭을 막기 위해 차량과 함께 도로를 봉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위자는 "내 친구가 떠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버스 앞에 앉았다"며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비도덕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7시경, 시내에서 예정됐던 시위 참가자들이 ICE 사무소로 집결하면서 현장 인파는 급격히 늘어났다. 오후 7시 45분쯤 스포캔 경찰국과 스포캔 카운티 셰리프국이 출동해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즉각 해산을 명령했다. 경찰은 해산하지 않을 경우 체포와 함께 최루가스 등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경찰은 오후 8시경 시위대를 향해 최루 효과가 있는 '페퍼볼(pepper balls)'을 발사하며 해산 작전에 나섰다. 스포캔 경찰서장 케빈 홀은 "3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스터커트 전 시의원도 체포돼 오후 8시 37분 스포캔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으며, '해산 명령 불응' 혐의로 보석금 500달러가 책정됐다. 스터커트는 현재 석방된 상태다.
사태가 격화되자 리사 브라운 스포캔 시장은 이날 오후 9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통행금지 구역은 분 애비뉴(Boone Avenue)부터 스포캔 폭포대로(Spokane Falls Boulevard), 하워드 스트리트부터 디비전 스트리트, 리버프론트 공원까지로 지정됐다.
시에 따르면 통행금지 예외 대상은 경찰과 소방 등 긴급 인력, 언론인, 인근 지역 주민, 직장 출퇴근자, 포디움 경기장 축구 경기를 마치고 귀가 중인 관람객 등이다. 시 법무관은 기자회견에서 "통행금지를 위반할 경우 경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 시장은 "시 당국은 평화적 시위에 대해 비폭력적이고 공공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할 능력을 입증했다"며 "만약 시 경찰의 현장 대응이 없었다면 연방 방위군 혹은 다른 연방기관이 개입하는 명분으로 이용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연방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실제로 나도 그런 시위를 했던 사람 중 하나"라며 "평화적 시위는 미국 사회 변화의 역사적인 방식 중 하나였고, 이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 당국은 향후 추가적인 시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공공안전 유지 및 시민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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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KREM, The Mi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