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고리즘, 나의 신념 – 디지털 흔적이 말해주는 것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며, 어떤 뉴스에 분노하는지—
이 모든 행위는 단순한 온라인 흔적을 넘어, 곧 우리 자신을 말해주는 디지털 자화상이 된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인스타그램 피드, 포털 뉴스 배열은 이제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가 아니라, 우리 사고의 틀을 형성하는 창이 되었다. 우리는 정보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알고리즘이 우리의 사고를 조율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외국 유학생의 SNS 활동을 감시하고,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국가관을 분석해 입국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단지 어떤 글을 공유했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로 개인의 사상과 위험도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생각의 자유’마저 감시하려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지 미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대한민국의 대선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간극은 단순한 정책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감정적 혐오와 정보적 단절로 굳어졌다. 많은 유권자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뉴스 등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접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는 ‘정보의 편식’에 빠져 있다.
알고리즘은 이를 부추기며 개인의 정치 성향을 강화시키고, 이견을 ‘위협’으로 느끼게 만든다.
이런 디지털 생태계에서 가짜 뉴스는 더 쉽게 확산되고, 진실과 거짓은 혼재된다. 사실 확인보다는 감정 자극이 클릭을 유도하고, 영상 한 편이 사실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정치적 입장은 논리보다 정서로 소비되고, 상대 진영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처럼 SNS는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극단주의와 분열을 부추기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정보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지킬 수 있을까.
첫째, 스스로 소비하는 정보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하고, ‘왜 나는 이것만 보고 있는가’를 묻는 성찰이 필요하다.
둘째, 플랫폼 기업에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사용자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적 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정치와 언론 역시 클릭 수를 넘어, 공존과 신뢰를 만드는 정보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사회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생각과 판단을 조용히 길들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 안에서 알고리즘이 짜 놓은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자유는 단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넘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무심코 누른 ‘좋아요’와 스크롤 한 번에 담긴 무게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