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6 입시 시즌을 마무리하고 26-27 시즌을 내다보며
안녕하세요 제이강입니다.
이제 학교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Director of College Counseling으로 재직하고 있는 Willows Preparatory School 또한 2주 뒤면 여름 방학에 돌입하게 될 것인데, 지난 금요일에는 우딘빌이 쫙 내려다보이는 학교 테라스에서 멋드러진 야외 졸업식을 치루는 등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한 해를 자축함과 동시에 기대되는 내년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지난 academic year를 돌이켜보자면 성공도 성공이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사립학교의 리더십 멤버로서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정말 많은 정보와 경험을 접할 수 있게 되어 admissions specialist로서 저 역시도 뿌듯하기 그지 없이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Class of 2025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제가 배운 3가지 중요한 점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일관된 내러티브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번 시즌에 저희 Willows Prep의 졸업생들은 전원 4년제 대학교에 진학했고, 88%가 희망하는 Top3 대학교 중 한 곳 이상에 합격하는 등 아주 성공적인 입시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그들의 Counselor로서 가장 뿌듯한 점은 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에, 그것도 극악의 합격률로 유명한 CSE (Computer Science와 Engineering)에 지원한 5명의 학생들이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전원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CSE는 in-state는 24~25% 정도의 합격률을 보이고, out-of-state는 심지어 고작 2% 밖에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할 만큼 입시가 치열한 전공입니다. 많은 한국인 학생과 학부모님들도 UW CSE를 꿈꾸면서 치열하게 고등학교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CSE에 지원한 학생이 한두명도 아니고 전원 합격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UW CSE를 타겟해 학생 하나하나와 원서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일관된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두번째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기차에 비유하곤 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얻어낸 점수나 학과외 활동 실적 등은 기차를 이루는 하나하나의 멋드러진 ‘화물칸’들입니다. 반면에 에세이나 추천서, 학교 리포트 등은 그런 화물칸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기차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들입니다. 아무리 화물칸들이 크고 멋지고 근사하더라도 연결고리들이 빈약하거나 부족하면 전체가 하찮게 되어 버리듯이, 어떤 연결고리들을 어떻게 써서 화물칸들을 어떠한 순서로 배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게 바로 ‘스토리텔링 내러티브’인 것입니다.
내러티브는 결국 어떻게 보면 입학담당관이 직관적으로 떠올리고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잡아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선 잘 기획한 내러티브를 ‘어떻게 입학담당관이 의도한 대로 이해하게 판을 짤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에세이와 추천서, 학교 리포트는 물론이고, 세미나나 박람회, 투어 등을 통해 계속해서 대화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의 입장에서 입학담당관에게 (원서를 통해서만이 아닌)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게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믿었고, 그에 맞춰 저는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Seattle 지역에 사는 학생의 입장에서 그렇게나 가까이 있는 UW과 교류하는 것도 없으면서 “저는 UW에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테죠. 반면에 꾸준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이어간 제 학생들은 이미 원서를 제출할 때 즈음에는 “입학담당관이 이미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입시 결과도 일괄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2. SAT Roadmap 관리의 힘
WPS에 합류할 당시 저는 일종의 ‘공약’으로서 ‘고등학생 전체의 SAT 점수를 탑티어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고, 9학년부터 11학년까지 모든 학생 한명한명과 만나며 입시까지 이어지는 스터디 플랜들을 잡아줬습니다. 가을에는 10월 PSAT에 맞춰 대비시켜주면서 National Merit Scholarship에 도전할만한 범위 내에 있는 학생들은 학부모와의 면담을 토대로 별도의 준비를 시켜줬고, 봄에는 학교에서 Full-length Mock test를 진행하면서 3월부터 5월 사이에 각자의 타임라인에 맞춰 시험을 보고 점수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줬으며, 그 결과에 기반해 모든 학생이 여름 방학동안 활용할 스터디 플랜 및 튜터링을 준비 시켜놨습니다.
저 또한 이렇게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전략적으로 준비시켜줘본 적은 처음인지라 그 결과가 어느 정도일지 기대가 컸었는데, 간단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 11학년 (Class of 2026)은 올해 3월 1일에 치뤄진 모의고사 당시 전체 평균 점수가 1346.7점이었는데, 이는 대략 전국 상위 10% 정도 수준에 해당됩니다. 11학년생들은 전원 3월과 4월에 SAT를 치뤘는데, 그 결과 전체 평균 1453.3점으로 상승, 전국 상위 3%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는 워싱턴 주 전체의 모든 고등학교 중에서 1~2위를 다투는 점수입니다.
- 10학년 (Class of 2027)은 작년 10월 PSAT 당시 전체 평균 점수가 1094.0점이었는데, 이는 대략 전국 상위 39% 정도 수준에 해당됩니다. 10학년생들에게는 PSAT 점수 분석을 기반으로 겨울동안 각자에게 맞춘 스터디 플랜을 제공했고, 학교의 영어/수학 선생님과 협의해 필요한 부분들을 자연적으로 커버해나갈 수 있게 지휘했습니다. 전원 3월과 4월에 2회의 모의고사를 치뤘는데, 그 결과 전체 평균 1296.0점으로 상승, 전국 상위 9%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10학년생의 60%는 올해 10월에 National Merit Scholarship에 진중하게 도전하고자 여름에 튜터링을 진행할 계획에 있습니다.
- 9학년 (Class of 2028)은 계획 하에 모의고사 등의 실전 문제 풀이는 일체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PSAT9 점수 분석을 기반으로 학교의 영어/수학 선생님과 협의해 차근차근 자연적으로 커버해나갈 수 있게 지휘했고, 학부모님과의 면담을 통해 가정에서 어떠한 식으로 타임라인을 운영해주면 되는지를 지도했습니다. 9학년치고는 유난히 점수가 뛰어난 소수의 학생들은 학부모님과의 면담을 통해 미리 SAT 점수를 확보해놓는 로드맵 옵션을 논의하고, 유의미하다고 합의하는 극소수의 경우 아주 정교히 짜여진 스터디 플랜에 맞춰 튜터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3. 이민자 가정 학생들의 치명적인 디스어드밴티지, 지역 활동
이민자 가정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피하게 학교 바깥의 지역 리소스에 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어디서 어떻게 찾아봐야 하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스스로도 그럴 일이 없는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악의 없이 자연스럽게 학생도 그런 부분에 대한 인지 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Problem이라기보단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loss라고 봐야 맞는게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그렇더군요. 지역 커뮤니티라는 세상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관심이 있기도 어렵고, 관심이 있어도 리소스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를 모르니 접근하기가 꽤나 어렵습니다. 리소스를 알아내더라도 그게 내 아이에게 얼마나 적절한 기회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지원하기까지 조차 너무나 험난한 길입니다.
어찌어찌 그 길을 다 지나서 지원을 할 때가 되면, 특히나 학생들에게 합법적으로 훌륭한 기회를 줄 수 있는 기관이나 NPO들, 특히나 명망이 높은 기관에서 후원하는 프로그램들은 그 자체로도 들어가기가 까다로운데, 많은 경우 관계자들과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선발되기에, 또 좋은 기회들을 선점하기에 아주 유리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일련의 ‘추천‘이 있으면 우선순위로 바로 고려되고, 어떤 프로그램은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전부터 관련이벤트나 워크샵 등에 참여하면서 기존 멤버들과 네트워크를 다져 놓아야 고려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처럼 선발 과정에 ’형평성‘이 중요한 곳이라면 비리채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비영리기관은 오로지 ’인간관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차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그러한 관문들을 혼자서 뚫고자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디스어드밴티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봉사 활동이 됐든, 인턴십이 됐든, 파트타임이 됐든 간에, 어떻게든 지역 활동 기회를 마련한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하지 못합니다. 학교 등 가정 바깥에서 참가하는 모든 일을 ’경쟁‘으로 보는데 익숙한 학생들은 지역 활동 또한 ‘나한테 주어진 일을 가장 묵묵히 열심히 빨리 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고,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한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봉사 활동하는데서 보고 있으면 세상 진지하게 맡은 일 제일 빨리 끝내놓고는 조용히 착한 표정 지으면서 저쪽 테이블 끝에 앉아 핸드폰 보면서 엄마 픽업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울려도 같은 한국 학생들끼리만 소곤소곤 어울리려고 하죠. 그러다보니 정작 활동 기회를 잡더라도 임팩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단발성으로 기회는 끝나버리게 됩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NPO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좋은 경험이 못되죠. 그게 반복되다보니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점점 지역 활동에 소원해지게 됩니다.
결국 학생이 지역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기회를 확보하는 것은 진정 시작에 불과한 일이고, 그 기회를 활용해 나가면서 어떠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낼 수 있고, 어떠한 사람들과 관계를 쌓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지에 모든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회를 얻는 과정에도 장벽이 있고, 기회를 얻고 나서는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기에 또 하나의 장벽이 있는 경우가 많은 한인 학생들에게 지역 활동은 생각보다 좌시되기 쉬운 디스어드밴티지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고자 저는 Willows Prep에 합류한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리소스를 개발함과 동시에 8학년 이상의 모든 학생 및 학부모와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학생에게 맞는 지역 활동 로드맵을 만들었고, 그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게끔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지역의 내실 좋은 NPO 디렉터들과 네트워킹하는 데에 힘을 쏟았고, 특히나 그 중에서도 고등학생을 선발해서 지역의 엄선된 NPO에 summer paid internship을 마련해주는 기관인 Teens In Public Service (TIPS)에는 Board of Directors에 합류하기로 결정하기까지 했습니다. TIPS는 올 여름에 600여명의 지원자들 중 90여명을 선발해 인턴쉽을 마련해주었는데, 저는 가을에 합류해 내년 기수부터 학생-인턴십 연계 부문을 맡게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역에서 학생들과 협업하는 파트너 NPO 150여개의 리더십과 단번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게 되어 내심 기대가 큽니다.
그 결과,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저희 Willows Prep의 9학년~11학년 중 90% 이상은 현재 관리 하에 NPO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고, 졸업때까지 어떠한 ‘테크’를 타며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또한 학부모와 협의를 마쳐놓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계획과 커뮤니케이션이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에게 얼마나 안심이 되는 요소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면서 ‘아, 이거 정말 한인 학생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구나’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하나의 리소스 허브로서 학생들이 이러한 세상을 배우고 이해해서 하나의 일원으로서 유기적으로 녹아들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기를 꿈꿔봅니다.
이제 새로운 admission cycle로 넘어가며 현재 11학년, 즉 Class of 2026에게 초점이 옮겨지게 됩니다. 모쪼록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시는 학부모님들의 자녀들이 열과 성을 다해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지역 사회를 이끄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역량도 차근차근 키워 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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