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친우에게
겨울로 오는 비
눈 뜨는 아침에 온하루가 젖어 있었다 눈 뜨지 못하는 아버지의 소리에는 바람만 드나들고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체온도 지나간 차가움이 되고 있었다
눈물이 나지 않는 시간도 지나가고 잊을만 하면 그립다고도 않는 슬픔으로 내 몰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자리는 비워갔다.
흑석동의 버스에서 동작동을 지나고 반포동에 머문 기억을 두고 입으로 소리조차 다문 기억을 잊고서 그리, 또 그렇게 또 미련없이 또 아무 남김없이 이별로 지워간다.
아버지의 부고, 벌써 서너 달 전의 까마득한 시간으로 돌아가 있었으이. 점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가고 곁에 둔 당신의 처 조차 누누이 살펴야 잠시 알아보는 이별처럼 그렇게 떠나셨으이.
화해하지 못한 시간이 두고 두고 멀기만 할 것 같아 마음 편히 먹으시란 말이 아버지와 자식의 마지막 인사였으이.
아직도 꼿꼿한 똥고집의 어머니는 없는 것, 있는 것도 욕심으로 곁에 끼고 탓은 남이고, 용서는 남의 할 일이라 허.... 돌아 서고 나면 그래도 자식이고 이래도 어머니라 하였으니, 참..... 돌아 서고 나면 다시 후회만 남았으니....
이틀을 겨울로 비가 오고 있었으이 잊을만 해도 그리움 같지 않게 아버지로 생각이 나는 것이 어쩔 수 없이 그리움이라 부를 밖에 달리 마땅치 아니 한 것이라. 이 비가 지나고 겹겹이 쌓인 가을의 색 빠진 잎들 아래서 초로록의 봄이 숨어 있다 한들 이 비가 지나고 또 비가 오기 까지는 아무도 누구도 그리움이라 말하지 않기를.....
곧 비 오듯 밤이 지고 밤 보내듯 겨울이 지나가고 겨울이 떠나듯 이별은 우리의 일상이겠으리라.
친우의 겨울에는 무사 무고 건강하신지? 가끔은 후회같은 그리움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나의 겨울은 그런 저런 날처럼 소소히 지나갈 뿐이니....
건강 강건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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